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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일했던 퇴직자가 은행에 다니는 배우자와 입행 동기, 친분을 쌓은 임직원 28명과 공모해 785억원(51건)을 챙겼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더구나 은행은 지난해 9∼10월 자체 조사를 통해 부당대출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도리어 자료를 삭제하는 등 은폐·축소를 시도하고 금감원 검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했다고 한다.
도덕적 해이를 넘어 실정법 위반 혐의도 짙은 만큼 엄정한 문책과 형사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농협조합에서도 조합 등기업무를 담당한 법무사 사무장이 조합 임직원과의 인맥을 바탕으로 부당대출 1083억원(392건)을 받았다.
앞서 금감원 검사에서 발각된 우리·국민·농협은행건(3875억원)까지 더하면 전체 부당대출 규모는 5840억원에 달한다.
은행의 높은 문턱을 못 넘어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 심지어 불법사금융까지 내몰려 고리를 뜯긴 서민은 아우성인데, 전·현직 국책은행 직원이 짬짜미로 위법행위를 서슴지 않았으니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최저신용자 대상 정책서민금융 상품인 ‘불법사금융 예방 대출’의 올해 공급 계획은 작년 대비 2배로 증액한 2000억원이다.
서민대출 3년치에 가까운 금액이 부당대출 됐다니 은행 내부통제 수준에 기가 막힌다.
대규모 부당대출은 금융권 내부의 공모자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기업은행 임직원 10명은 골프 접대를 받았고, 부당대출 관련자 8명의 배우자는 문제의 퇴직자가 실소유주인 업체에 취업하는 방식 등으로 15억7000만원의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앞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처남 김모씨에게 부당대출 730억원을 내준 우리은행의 일부 직원은 김씨 관련 업체에 재취업한 사실도 적발됐다.
국민·농협은행에서도 부당대출에 연루된 임직원이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정황이 확인됐다.
부당대출을 수단으로 한 사익 추구는 특히 은행권 전반에 팽배해 있다.
국책금융기관인 한국산업은행의 청주지점장은 브로커 알선을 받아 부실업체들에 대출해 주고 자녀의 채용을 청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대출에선 152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검찰은 최근 신한은행 전직 직원이 연루된 불법대출 의혹을 수사 중이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는 대형사고 때마다 재발방지 대책과 강도 높은 쇄신책 마련을 약속했으나 그때뿐이었다.
더는 말에 그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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