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한 2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려 했지만, 광주 시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날 오후 5시 38분께 한 전 총리가 국립5·18민주묘지에 도착했으나,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22분 만에 묘역을 떠났다.
앞서 지역 시민 단체로 구성된 '내란청산·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과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대책위원회'는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한 전 총리의 참배를 저지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광주비상행동은 "내란에 가담한 한 전 총리는 '민주주의 가치를 되새기고 민주주의 정신 계승과 국민대통합' 메시지를 발표한다며 떠벌리고 있다"며 "그는 내란 수괴 파면을 막고자 헌법을 유린한 사람이다"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행위는 내란 세력의 재집권을 위한 것일 뿐이다"며 "5·18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한 총리의 참배를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이 개최되는 동안 묘역 인근에선 광주 시민단체와 한 전 총리의 지지자 간에 고성과 몸싸움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 총리가 도착한 후 비상행동은 "내란주범 물러가라", "한덕수는 물러가라"라며 참배를 저지했다.
민주의 문 앞에서 가로막힌 한 전 총리는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 "여러분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미워하면 안 됩니다"고 호소한 뒤 묘역을 떠났다.
이날 오전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대책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한 전 국무총리의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한 전 총리는 지난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무회의에 참여한 인물로, 아직 끝나지 않은 내란 범죄 책임자다"며 "불법 계엄에 책임 있는 자가 사죄나 반성 없이 5·18의 희생자들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오월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며, 광주시민을 기만하는 행동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전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거부권 행사 등으로 법치 질서를 훼손했다.
내란의 그림자는 여전히 청산되지 못한 채 우리 사회에 불안을 남기고 있다"며 "그런데도 그는 '경제와 안보 위기', '극단적 정치로 인한 협치 붕괴' 등의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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