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입주한 서울 동대문구의 한 대단지 신축아파트에 거대 조경석들이 설치돼 입주자는 물론 누리꾼까지 갑론을박에 가세하고 있다.
2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위치한 이 단지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나무 등 기존의 조경을 갈아엎은 뒤 커다란 돌들을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크게는 사람 키를 훌쩍 넘기는 돌들의 앞면에는 아파트 이름 일곱 글자가 예스러운 붓글씨 서체로 쓰여 있으며, 일부 돌은 막 산에서 가져온 듯 얼룩덜룩한 모습이다.
이 돌들을 설치한 주체는 아파트 재개발조합이다.
당초 조경석 설치는 오는 28일 열리는 조합 대의원회의에서 결정할 예정이었다.
해당 회의에서는 예산 20억을 투입해 단지 내외에 30개 이상의 조경석을 설치할지 여부를 정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회의를 진행하기도 전에 조합 측이 미리 조경석 최소 3개를 설치해 주민 간에 찬반양론이 격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잘해놓은 조경을 뽑고 설치해버렸다"며 분노했다.
또 그는 조경석 설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돌비석 같은 걸 설치하느냐, 80년대 아파트냐며 격앙된 상태"라고 전했다.
일부 조합원은 거액이 투입되는 조경석 사업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재개발조합 측은 "조경석을 좋아하는 조합원들도 있다"면서 조경석 설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아파트의 조경석 논란은 온라인 공간에까지 확산했다.
25일 오후 5시 현재 부동산 정보 앱 호갱노노에서는 이 아파트가 실시간 1위에 올랐다.
이 아파트의 이야기 게시판에는 조경석과 관련한 글들이 줄줄이 게시되고 있다.
한 이용자는 "조경석 개당 500(만원) 정도 할 거고 20여개면 가격이 더 내려갈 텐데 개당 6000(만원)은 진짜 심했다"는 글을 남겼고, 또 다른 이용자는 "기왕 돌 계약해서 갖다 놓은 김에 (조경석에 새겨진) 궁서체 폰트에 맞게 아파트 이름도 과거 이름으로 바꾸라"고 비꼬기도 했다.
네이버 부동산 카페에는 "조경석 글씨체가 신축 아파트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부터 "산 정상인 줄 알았다" 등의 부정적 글이 주로 올라왔다.
또 다른 익명 커뮤니티에는 "조합원에게 아무런 고지나 동의 없이 돌덩이들을 갖고 와서 멀쩡한 나무와 잔디를 밀고 설치했다"면서 "바윗덩어리 30개를 18억원에 계약한 것은 입주민 재산권 침해"라고 지적한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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