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투표는 무조건 해야지."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전 광주 남구 진월동 행정복지센터.
남구 진월동에 거주하는 100세를 넘기신 김인순(101) 할머니가 며느리 이명자(68) 씨의 부축을 받으며 사전 투표소를 찾았다.
김 할머니는 30여년째 남구에 거주하며 매번 선거 때마다 투표를 꼬박 챙겨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거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이날도 "투표는 꼭 해야 한다"며 아침부터 며느리께 부탁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투표소에 들어선 김 할머니는 신분증을 두고 온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며느리가 집에 가지러 가는 해프닝도 겪었다.
며느리의 도움으로 1924년생을 증명하는 낡은 신분증을 꼭 쥔 김 할머니는 무효표가 되지 않도록 선거사무원의 도움을 받아 꼼꼼히 투표를 마무리했다.
투표를 마친 김 할머니에게 "너무 건강하시다.
비결이 무엇이냐"는 등의 질문이 쏟아졌고, 김 할머니는 "생선을 즐겨 먹는다.
젊은 사람들이 몸을 건강히 잘 지켰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김 할머니는 "늙어서 정치 상황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다음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잘 이끌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서 투표했다"며 "경로당 주변 친구들도 모두 투표에 참여했다.
국민이라면 관심을 갖고 투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투표소에는 오전 10시 기준 1,700여명의 유권자의 발길이 이어지는 등 투표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정장 차림부터 운동복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유권자가 아침 일찍부터 투표소를 방문했다.
투표소는 관내·외로 줄이 구분돼 동선이 나뉘었다.
선거사무원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매뉴얼을 확인하며 절차를 점검했고, 바닥에 붙은 안내표시를 따라 유권자들의 안내를 돕고 있었다.
직장에 출근하기 전 투표를 하러 왔다는 배 모(41) 씨는 "나라가 제대로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했다.
저 한 사람의 표가 작더라도, 모이면 큰 힘이 된다고 믿는다"며 "매번 하는 일이지만, 할 땐 항상 신중하게 하게 된다.
광주 시민으로서 책임 있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전투표는 29~30일 이틀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3,568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만 18세 이상 유권자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 생년월일과 사진이 포함된 관공서 발급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며, 모바일 신분증도 가능하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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