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관광객 과세론 ‘솔솔’… 돈키호테 쇼핑줄 사라지나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6-09 19:48:08

참의원 선거 앞두고 소비세 감세론 일자
정부·여당, 재정난 가중 이유로 선 그어
자민당, 관광객 면세 제도 철폐 주장
유권자 눈치 보다 외국인 관광객 겨냥
“오버투어리즘 해소” vs “내수 해칠 것”
외국인 출국세 인상 방안도 고개 들어

일본 여권 일각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세수 증대 방안이 분출하고 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시행 중인 소비세 면제 제도를 철폐하고 출국 시 납부하는 국제관광여객세(출국세)를 인상하자는 것이다.
7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야권이 제기한 소비세 감세론에 정부·여당이 대체 재원 부족을 이유로 선을 그은 가운데 유권자 반발을 최소화할 재정 확보책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하고 있는 셈이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자민당 아소 다로 최고고문은 지난달 말 당내 공부모임을 연 뒤 소비세 면제 제도를 원칙적으로 폐지하자는 내용의 제안서를 정리했다.
제안서에는 “방일 외국인의 가전제품·의약품 대량 구입 등은 우리가 목표로 하는 관광입국(觀光立國·장기 경제침체 극복을 위해 관광산업을 육성하자는 일본 정부의 전략)의 모습과는 다르다”며 “지방 경제 활성화나 고용 기회 증대 등에 기여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AFP연합뉴스

현재 일본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상품을 5000엔(약 4만7000원) 이상 구입하고 여권을 제시하면 소비세 10%(식료품 등은 8%)를 감해주는 면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앞서 아소 최고고문은 “외국인에 의한 소비세 면세액은 포착되는 것만 2000억엔(1조8800억원)이 넘는다.
제도를 없애면 그만큼 국고로 들어온다”며 면세 제도의 재검토 필요성을 주장했다고 NHK방송이 전한 바 있다.
이에 더해 공부모임에서는 관광객들이 면세품을 대량 구매한 뒤 되팔아 부정하게 이익을 얻는 경우가 많으며, 면세품 판매도 대도시권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면세 제도를 폐지하면 교토 등 인기 관광지를 중심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이들은 기대했다.

이들이 제기한 면세 제도 폐지 문제는 연말 세제개편 논의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되팔기’ 문제 해결을 위해 2026년 11월부터 출국 시 면세 구입품의 해외 반출을 확인한 뒤 소비세를 돌려주는 방식의 ‘리펀드(환불)형 면세’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지 얼마 안 돼 정책을 또 뒤집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이 나온다.
2030년 방일 관광객을 지난해 대비 70% 많은 600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정부 목표에 반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닛케이는 “영국은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2020년 외국인 관광객 대상 부가가치세 면세 조치를 폐지했는데, 고급 브랜드 매상이 줄었다”며 “소매업 등의 타격으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민당 지도부 인사는 “외국인이 오지 않게 돼 모두 당황하는 것은 아닐까”라며 “면세 제도는 바꾼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바로 변경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출국세 인상 논의는 자민당 요시카와 유미 의원이 주도하고 있다.
그는 최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 출국세가 다른 나라보다 적다며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향해 “인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시바 총리는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것은 납세자에 대한 의무”라며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관광 기반 확충 재원 마련 목적으로 2019년 신설된 출국세는 항공권 요금 등에 포함하는 형식으로 내·외국인 모두에게 부과되고 있다.
현행 출국세는 1000엔(9400원)으로 엔화 기준 미국 3100엔, 이집트 3500엔보다 적고, 외국인들도 관광 기반 향상 혜택을 받는 만큼 당내에서도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4월∼올해 4월 출국세수는 481억엔(452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 증가했다.
연도 기준으로 역대 최고였던 2019년 443억엔(4163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