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균형 잡힌 그룹 정비 통해 선택과 집중의 리더십 발휘테크홀릭 기사제공: 2025-03-13 11:30:11

[테크홀릭] 지난 한해와 연말 연시의 어려움을 거치며 재계는 불확실성의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또 트럼프 2.0 시대의 각종 관세 인상과 유무형의 압박은 재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같은 고난 속에서도 꿋꿋이 사업의 재정비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그룹으로 SK그룹을 빼놓을 수 없다.

SK그룹은 그동안 가장 많은 계열사와 손자 회사를 거느리는, 몸집이 부쩍 커진 재계 수위권의 그룹이었다. 그러나 지난 한해 많은 부문에서 혁신과 살빼기를 이루어냈다.

구체적으로 SK㈜ 종속회사 수는 지난 2018년 260개에 불과했으나 2023년 716개로 3배 정도 불어날 정도로 몸집이 커졌기 때문이다. 물론 반도체, 배터리, 수소에너지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만든 결과이기도 하다.

이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24년 신년사를 통해 “느슨해진 거문고는 줄을 풀어내어 다시 팽팽하게 고쳐 매야 바른 음을 낼 수 있다”며 “모두가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자세로 우리의 경영시스템을 점검하고 다듬어 가자”고 밝히면서부터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이처럼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최태원 회장이 주도한 몸집 줄이기 결과 상당한 혁신이 일어났다. 지난 한해동안 리밸런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결과 그룹의 방만한 몸집이 줄어들고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최태원 회장의 선택과 집중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리밸런싱은 원래 자신 분야에서 사용되던 용어로, 사전적 의미는 ‘운용하는 자산의 편입 비중을 재조정하는 과업’이다. 다른 단어로 표현하면 ‘자산재조정’이라는 말로 정리된다. 자산을 리밸런싱을 통해 투자 초기의 자산 비율로 되돌리는 것으로 이는 곧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투자를 시작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갖게 되는 것이다.

혁신적인 재편으로 경쟁력 강화 이루어내

이를 기업에 원용하면 바로 사업구조 개편이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한해동안 SK그룹이 각종 인수합병(M&A) 및 투자 등을 통해 외형을 키워온 것에 대해 고강도의 재정비를 시도해 왔다. 일부 중복된 사업도 정리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의 정비 사업을 펼친 것이다.

최 회장은 탑에서 말단까지 내려가는 지휘체계와 버텀업의 소통 통로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더 어려워지기 전에 리밸런싱 전략을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였다.

혁신과 몸집 줄이기는 반드시 부작용이 나타나고 반발이 생기는 법이다. 최 회장은 이를 파악하자마자 전그룹 차원의 혁신적인 사업 재편을 시도했다.

SK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작업을 두고 재계는 선제적 대응을 타임리하게 이루어냈다고 평한다. 증권가에선 과연 최태원 회장의 혜안이라는 평가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은 당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경영 환경이 엄중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회장의 예상은 적중해 트럼프발 불확실성의 대두, 관세전쟁, 국내의 탄핵정국 등으로 올헤 경제성장율은 1.8%도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다.

재계에 따르면 이런 앞을 내다보는 리밸런싱의 결과 그룹의 조직 슬림화가 성공하면서 종속회사를 대폭 줄였고 몸집도 가벼워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2023년 말 기준 716개였던 SK㈜ 종속회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660개로 줄어들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종속회사는 78개 감소, 22개 증가하며 3개 분기 만에 56개 감소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의 소속회사(계열사 등) 현황’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 자료를 보면 동일인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SK그룹 소속회사는 2월 기준 205개로 줄어들었다.

이는 지난해 5월 발표된 219개보다 14개 감소한 것으로 올해 고강도의 리밸런싱을 계속할 경우 200개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사업 재편을 단행한 SK온의 경우 지난해 7월 발표한 SK온-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 3사간 합병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3사 합병을 통해 SK온은 ‘SK온 트레이딩 인터내셔널’이 지닌 트레이딩 역량 및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원소재 조달 역량을 강화해 나가면서 재무 건전성을 강화해 배터리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가운데 트레이딩 사업은 비즈니스 영역 확장 및 스토리지 자산 활용을 통한 수익성 향상이 기대되는 부문이다.

2월 1일의 합병 완료를 통해 SK온의 재무 구조도 개선될 전망이다. 합병 전 13조원, 33조원이었던 SK온의 매출과 자산 규모(2023년말 기준)는 합병 후 각각 62조원, 40조원으로 커진다.

SK그룹은 지난해 SK스퀘어의 크래프톤 지분 매각(2660억원), SK네트웍스의 SK렌터카 지분 매각(8200억원) 등 대규모 매각을 계속 성사시켰으며 지난 해 7월에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을 결정해 재계를 놀라게 했다. 또 12월에는 SK㈜가 반도체 특수가스 업체 SK스페셜티 지분 85%(2조7008억원)를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이로 인해 SK그룹은 아울러 재무구조 및 가업구조 강화에 따른 운영 효율화로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올해도 리밸런싱 기조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달 25일은 그동안의 리밸런싱 과정과 결과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점에서 리밸런싱의 성공을 자평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전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지난해 추진한 리밸런싱 경과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회의에는 장용호 SK㈜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박상규 SK이노베이션, 곽노정 SK하이닉스, 유영상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 CEO 20여 명이 참석해 명실상부한 그룹 수뇌부의 회동 자리임을 드러냈다.

앞으로 SK그룹은 반도체의 사업 성장을 가속화하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며 계열사들도 앞으로 운영 효율화에 더욱 집중해 체질을 혁신하고 제약 바이오, AI, 신소재 등 미래 시장을 선점할 체력을 비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본원적 경쟁력은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본질적으로 보유한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의미한다”면서 “보다 신속하게 운영개선에 나서고 경영 내실을 강화하게 되면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혁신의 속도와 질적 성장을 주문한 바 있다.

이 말은 몸질 줄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투자할 곳에 투자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SK그룹의 지주사 SK㈜는 지난 7일 전기차 충전기 업체 SK시그넷에 1150억원 자금을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출자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이뤄지며 SK시그넷 채권을 보유한 일본 종합상사 마루베니도 이 채권을 출자전환하는 방식으로 이번 유증에 참여했다. 이에 따라 SK시그넷은 약 150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아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SK시그넷은 SK㈜가 2021년 4월 인수한 회사로 전기차 보급의 걸림돌로 꼽히는 충전 문제를 직접 풀기 위한 투자로 풀이된다. SK시그넷은 미국 전기차 급속 충전기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이지만 미 정부의 정책 변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은 원재료 매입, 연구개발(R&D) 등 운영자금에 활용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증권가에선 지주사 SK(주) 주주총회는 최태원 회장을 대표이사에 재선임하며 책임경영에 나서도록 하고 최 회장이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그룹의 리밸런싱를 지속하는 한편 전략적인 투자도 계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25'에 참석한 최태원 SK 회장이 SK 전시 부스내 마련된 비즈니스 라운지에서 질의 응답을 진행하고 있다.(사진=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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