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신임 CEO "파운드리 살릴 것‥'편집광' 상실한 인력 감원"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3-18 09:34:28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파운드리 사업의 고객 확보를 통한 부활을 시도한다.
미 정부의 압박으로 대만 TSMC가 인텔 파운드리 사업 인수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신임 CEO의 전략에 따라 반도체 업계에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
이를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예고됐다.

17일(현지시간) 테크크런치 등 미 정보기술 매체에 따르면 립 부탄(Lip-Bu Tan) 인텔 신임 CEO는 18일 정식 취임에 앞서 지난주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 행사에서 자신의 경영방침을 공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탄 CEO의 목표는 파운드리 사업 재건 및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공세에 방점이 찍혔다.
두 분야는 인텔이 경쟁사와 비교해 약세를 면치 못해온 분야다.
인텔은 팻 겔싱어 전 CEO의 주도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파운드리 사업에 나섰지만, 이는 오히려 인텔을 옥죄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겔싱어는 인텔이 삼성전자를 넘어 파운드리 업계 2위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인텔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TSMC의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인텔은 과거 독주했던 서버 분야에서도 AMD, 엔비디아, ARM에 밀려 부진한 상황이다.
한국의 국가슈퍼컴퓨터 6호기 입찰에서도 인텔은 출사표조차 내지 못했다.
인텔이 선보인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엔비디아는 물론 AMD의 제품에도 밀리고 있다.

탄 CEO는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위해 외부 고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한다.
탄은 최소 두 개의 대형 고객을 확보하면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설계회사인 케이던스 출신인 탄 CEO는 인텔의 파운드리 전략을 경험한 전문가다.
그는 인텔의 이사회 멤버로 2023년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을 담당했지만, 기술 역량 부족과 기업 문화 변질에 놀라 지난해 인텔을 떠난 경험이 있다.

탄 CEO의 처방은 지난 연말 단행된 대규모 구조조정에 이어지는 추가적인 감원이다.
그가 병목을 일으킨다고 주목한 '중간관리층'이 대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앤디 그로브 전 인텔 CEO가 강조했던 '편집광'적인 연구 개발 의지를 상실한 인력과 느려진 의사결정 시스템을 과감히 도려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관리 부문 재편을 통해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고, AI와 같은 첨단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탄의 목표로 전해지고 있다.

탄은 소프트웨어, 로봇 등 기존에 인텔 소홀히 했던 분야도 강화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다만 인텔이 엔비디아와 경쟁할 수 있는 GPU를 선보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업계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편 탄 CEO의 전략이 전해지면서 이날 나스닥 시장에서 인텔의 주가는 8%나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