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방식 결정이 안갯속이다.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27일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이하 사분위)에서 사업방식을 놓고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사분위 소속 위원들에게 안건도 통보하지 않고 있다.
25일 정부 관계자는 “지난 17일 KDDX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사업 추진을 위한 사분위를 개최했지만, 상정 안건인 HD현대중공업과의 수의계약 체결이나 한화오션의 협력 방안 등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이날까지도 27일 안건에 대해 통보가 없어 논의 자체가 성사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17일 사분위에서 KDDX 관련 결정을 내리지 못한 이유는 방사청이 민간위원 6명을 설득하지 못한 탓이란 후문이다.
사분위에서는 안건을 상정할 경우 보고안건과 심의안건으로 나눈다.
보고안건은 말 그대로 방사청에서 보고한 후 별다른 이견이 없다면 통과된다.
심의안건의 경우 민간위원들이 논의 끝에 결정한다.
당시 방사청은 분과위에 수의계약이냐, 경쟁계약이냐를 놓고 보고 안건으로 채택했다.
사분위 관계자는 “방사청이 KDDX 사업추진방안을 놓고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본계획안으로 보고했다”면서 “중요한 핵심 쟁점 사항을 보고로만 끝내고 수의계약을 하겠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KDDX 업체 수주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통상 방산물자의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HD현대중공업)가 수의계약을 통해 상세설계를 수주하는데, 개념설계를 수행한 한화오션이 경쟁입찰을 제안하며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달 KDDX의 생산 능력을 갖춘 방산업체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지정했다.
사분위 민간위원들은 수의계약을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방위사업법보다 국가계약법이 상의법안이기 때문에 복수업체로 지정된 이상 수의계약은 위법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이 직원들의 군사기밀 탈취 및 유포 혐의 유죄 판결에 따라 국가사업 입찰에서 1.8점의 보안 감점을 받고 있는데, 이 업체와 수의계약을 하는 게 가능하냐는 문제 제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사분위 위원들은 해군이 KDDX 사업 지연에 따른 전력 공백 문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HD현대중공업이 맡은 기본설계엔 군이 제시한 2016년 작전운용성능(ROC)이 반영됐다며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DDX는 2031년이 되어서야 해군에 인도될 예정인데 설계단계부터 미래 해양 작전환경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KDDX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위해 함정 내 안테나 통합기술, 무인전투체계 통합, 다수 다종 콘솔 통합기술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KDDX 기본설계에는 장비가 탑재되지 않는다.
반면 해외에서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추진 중이다.
영국은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Queen Elizabeth)에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시범 운용 중이다.
지중해·중동 권역 군사 강국인 튀르키예는 ‘미니 항모’로 불리는 스페인 해군의 후안카를로스Ⅰ을 모델로 신형항모를 건조 중인데 유무인 함재기 약 50대를 다양하게 배치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승조원 수도 150여명으로 동급 함정보다 많다는 지적이다.
최봉완 한남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KDDX 기본설계는 전투체계, 통합마스트 등 국산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작전 운용 향상을 위해서는 해군이 필요로 하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반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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