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기게임인 '배틀그라운드'를 앞세워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크래프톤에서 직원들에게 임금을 제때 주지 않은 문제가 수차례 적발됐다.
임금체불 등으로 인해 고용노동부로부터 크래프톤과 주요 자회사들은 지난 3년 동안 총 10차례 제재를 받았다.
국내 주요 테크기업을 통틀어도 이런 사례가 전무한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많은 수치다.
2일 크래프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크래프톤과 그 자회사들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직원들에게 임금을 늦게 주거나 휴가를 적게 준 사례가 수차례 적발됐다.
월급 내역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서 고용부로부터 시정지시를 받았다.
가장 최근에는 크래프톤의 소프트웨어개발 자회사인 '오버데어코리아'가 일부 직원에게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지난해 9월 고용부의 지적을 받았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년 동안 연차휴가를 모두 쓰지 않은 직원은 연차 미사용 수당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자회사가 직원에게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임금체불이 된 것이다.
크래프톤 산하 게임개발사 '블루홀스튜디오'의 경우, 지난해 2월 퇴직자 임금 미지급이 문제가 됐다.
회사는 직원이 그만두면 14일 안에 마지막 월급을 비롯해 퇴직금, 성과급,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까지 지급해야 한다.
블루홀스튜디오는 퇴사한 지 2주가 지난 직원에게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주지 않았다.
또다른 게임개발 자회사인 '플라이웨이게임즈'는 직원의 퇴직급여를 실제보다 축소시켜 노동당국에 적발됐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회사 몫 납입금에 연차·보상휴가 미사용 수당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이 수당까지 퇴직연금 납입금액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당국 입장이다.
급여명세서에서도 법 위반 사항이 나왔다.
오버데어코리아와 블루홀스튜디오가 직원에게 교부한 임금명세서를 보면 임금 항목별로 계산 방법을 보여주지 않은 채 금액만 제시됐다.
현행법상 출근일수와 노동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임금의 계산 방법까지 명세서에 담아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크래프톤 본사 역시 2022년 말에 허술한 노무관리 실태가 드러났다.
휴일근무를 한 직원에게 보상휴가를 적게 주고, DC형 퇴직연금 납입금액에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넣지 않아 퇴직급여액을 줄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크래프톤은 노사협의회를 소홀하게 운영하고, 고충처리위원까지 뽑지 않아 당시 당국으로부터 시정지시를 받았다.
크래프톤 측은 사업보고서에 "제재에 대한 이행을 완료했다"며 "법규 이행여부 관리를 강화하는 등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명시했지만, 해마다 같은 문제가 반복돼 왔다.
이성필 공인노무사(노무법인 바우)는 "규모가 작지 않은 회사임에도 기본적인 노무관리가 안 된 것으로 보인다"며 "노동자에게 가장 나쁜 일은 돈을 안 주는 것이다.
관리가 안 된 회사라면 추후 성과급·상여금 등으로 문제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크래프톤은 국내 주요 게임사와 달리 '무노조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2018년 넥슨을 시작으로 스마일게이트·웹젠·엔씨소프트 등에서 노동조합 설립이 잇따랐고, 지난해 5월에는 넷마블도 노조를 만들었다.
크래프톤은 IT업계 장시간 노동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포괄임금제를 고수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대형 게임사들은 2019년부터 포괄임금제를 폐지해 왔다.
한편 지난해 크래프톤은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4% 증가한 1조1825억원으로 집계됐고 매출은 2조7098억원으로 전년보다 41.8% 늘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지난 2월 실적발표 자리에서 "5년 내 매출 7조원, 기업가치는 2배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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