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조선업 재건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조선업 재건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주미 한국대사, 통상교섭본부장 등 우리 정부내 다양한 레벨에서 조선업 협력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조선업에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지만, 지속적인 사업 수주와 방위비 분담금과 연계한 협상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주미대사관 등에 따르면 조현동 주미 한국대사는 10일(현지시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산하에 신설된 조선 담당 사무국인 해양산업역량국의 이언 베닛 선임보좌관을 면담했다.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통화에서 안보·경제 현안을 다루면서 조선 협력도 함께 논의한 바 있다.
또 같은 날 미국을 방문한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도 미국 통상 당국과 협의에서 조선 협력에 대한 의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9일 미 조선업 재건을 위한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조선에 많은 돈을 쓸 것"이라고 언급해 우리 조선업계에 수혜를 예고했다.
내용도 구체적이다.
중국의 해양, 물류, 조선 부문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수수료도 올렸다.
앞서 미 무역대표부(USTR)는 올 2월 중국 선사와 선박을 상대로 국제 해상 운송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조선업에 대한 관심이 국내 조선업체들의 실질적인 이익으로 돌아오려면 한국 정부가 트럼프 정부와의 ‘패키지 딜’ 협상 내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금처럼 미 해군이 1~2척의 유지·보수·정비(MRO) 물량을 경쟁 입찰 방식으로 발주하면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면 상선 건조 도크를 수시로 비워야 하는데 결국 실이익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함정 MRO의 경우에는 1~2척 수량 단위로는 이익을 얻지 못하는 구조이므로 함정 신규 건조 내지는 MRO 사업 발주 시점과 수량 등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조선업체들의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을 보다 어필할 필요도 있다.
중국은 수주량 등에서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고부가가치 분야에선 한국 조선업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과 연계한 협상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미 7함대 배속 함정에 대해 연 600만달러(72억원) 수준의 MRO 사업을 수행하며 그 비용은 미·일 방위비 분담금에서 지불한다.
김종하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장은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액수를 우리가 먼저 제안하고, 증가하는 분담금 액수에 MRO 함정 건조 수를 받아내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체도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6월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일찌감치 미국 시장에 발을 들였다.
2026년까지 미 군함 건조 자격을 보유한 호주 오스탈의 지분 인수를 포함해 약 8000억 원을 들여 해외 조선소 인수도 추진한다.
HD현대는 최근 미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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