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한국 제조업의 전방산업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주요 그룹의 부담도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차입금 규모가 점점 늘어 나고 있다. 이는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기업이 여유 자금을 확보하고, 2차 전지, 인공지능(AI) 등 신규 사업 투자 확대를 위해 차입금을 늘린 결과로도 분석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LG그룹은 차세대 신성장산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와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주마가편의 지속적인 변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이다. 시작은 지난 달 구광모 그룹 회장의 일성(一聲)에서 시작되었다.
“변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그룹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은 지난 달 27일 경기도 이천에 계열사 최고 경영진 30여 명과 가진 올해 첫 사장단 회의에서 그룹 전체에 위기의식과 도전의식을 불어넣으면서 변화와 혁신을 강하게 주문했다. 목표는 구조적 위기로부터의 탈출과 혁신적 고객 감동에 대한 속도 제고이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앞으로 전진하라는 강한 푸쉬이다.
구 회장의 메시지를 압축해 보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지속적인 혁신을 시도하면서 ’절박감‘을 가져라는 요구이다. 이는 과거를 자꾸 바라보는 관성을 벗어버리고 치밀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며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해야 할 것’을 중심으로 실체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자”는 주문이었다.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이는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와 ‘진입 장벽 구축‘에 목표를 두고 자본의 투입과 실행의 우선순위를 일치시키라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고 그룹이 재무적 어려움에 처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외형은 늘어나고 트럼프 집권 이후 시장 공략 포인트도 넓어지고 있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신장세 뚜렷한 계열사들
주력인 LG전자의 경우 최근 연결기준 매출액 22조7447억원, 영업이익 1조2590억원의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1분기 기준 매출액이 22조원을 넘긴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1분기 영업이익은 6년 연속 1조원을 상회하며 견고한 수익구조를 이어갔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트럼프 집권의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신사업 분야의 매출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이는 상대적으로 급등한 원달러 환율로 수익성이 커졌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제재로 인해 외연과 시장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력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도 성공적으로 계속되고 있고 기업간거래(B2B), 소비자직접거래(D2C) 등 신사업이 성장하고 있고 구독경제 등이 매출 신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어 가능했다.
더 반가운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의 반등이다. 전기차 캐즘으로 인해 지난 해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터라 실적의 반등이 놀라운 청신호로 여겨진다.
세부적으로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매출 6조2650억원, 영업이익이 3747억원의 잠정실적을 최근 발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 불황속에서 거둔 깜짝 반등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면 매출은 2.2%, 영업이익은 138.2% 증가한 수치라 내부 임직원들이 스스로 놀랄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기존 거래해 오던 주요 고객사용 물량 출하가 예상보다 커지고, 환율 상승 효과도 실적 상승에 보탬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덕분에 LG화학도 올해 1분기 전통 석유화학 산업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자회사의 배터리 부문 흑자로 실적이 개선됐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올해 전기차 수요 회복이 예상되고 있고 LG화학이 첨단소재(전지·전자소재) 분야에 역량을 쏟아부을 것으로 보여 두 회사가 견인하는 실적 상승이 기대된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1분기 매출 12조573억원, 영업이익 154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 늘고, 영업이익은 41.8% 감소했지만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의 흑자 전환이 점쳐진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5개월 동안 테라젠, 엑셀시오 등 미국 에너지기업들과는 5조원 넘는 ESS 계약을 따내면서 ESS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 수주에 성공하면 배터리 시장에 주력해 온 LG에너지솔루션이 7조원 수준의 ESS 수주 잔고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돼 전장 사업의 성공과 함께 LG그룹 신성장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의 성장에 힘입은 LG화학은 향후 구조적 공급과잉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설비 투자와 제품 다변화에 힘을 쏟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생명과학본부를 통해 신시장인 신약 개발 과정에 AI 기술을 접목해 속도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LG화학은 신약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2023년 7000억원에 미국 항암신약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스(AVEO)를 인수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의 선방도 눈길을 모은다.
이 역시 환율 효과 등에 힘입은 바 크다. 적자 전망도 일부 나왔지만 100억원대의 흑자 달성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400원대의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서 수익성이 좋아졌다.
LG디스플레이는 프리미엄 분야인 자동차용 LTPS 시장에서 27%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1위를 유지했다.
한편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광저우 LCD 공장 매각대금 약 2조2000여 억원이 연내 유입될 예정이라 재무 개선도 이루어질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1일, 1일자로 광저우 LCD 패널, 모듈 공장이 중국 TCL 자회사인 차이나스타(CSOT)에 공식 이전됐다고 밝힌 바 있었는데 최종 매각 대금은 환율 영향과 지난해 실적 반영 등을 통해 기존 예상액(약 2조300억원)을 웃도는 2조2,466억원으로 확정됐다.
LG디스플레이는 매각 대금을 연내 수령할 예정. 해당 자금은 OLED 사업 경쟁력 제고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미래 캐시카우를 위한 투자 지속
한편 그룹은 5년째 이어온 대규모 설비투자 기조 속에서 배터리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 전환, 글로벌 생산기반 확충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17일 나이스신용평가의 그룹분석보고서에 따르면 LG그룹의 연간 설비투자(CAPEX)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9조7000억원에 달한다.
금융권에서는 LG그룹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이 투자 역량 강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구광모 회장의 혁신에 대한 의지가 워낙 강해 앞으로도 그룹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강한 변화와 도전의 움직임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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