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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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5년 한국유통학회 춘계학술대회. 국내 유통산업 종사자와 학계 전문가들은 '유통산업의 재도약: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과 회복력 강화'를 주제로 의견을 나누면서 유통업이 처한 위기 상황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시장이 팽창하며 오프라인 환경이 악화하고, 중국 e커머스가 한국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등 기존 유통업 전반이 대변혁의 시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산업을 둘러싼 규제와 제도, 위기와 혁신 사례, 미래지향적 기술 생태계 등 실무 중심의 논의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했다.
기조 발제를 맡은 박진용 건국대 교수는 "리테일은 살아남지 못하면 혁신할 수 없다"며 "비즈니스를 존속하면서 진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 고객 경험을 강화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 등에 투자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경험하고, 온라인을 통해 이를 비교한 뒤 구매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다른 플랫폼이 아닌 자사 온라인 채널로 이들을 유입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곽창헌 GS리테일 지속가능경영부문장(상무)은 '유통산업의 생존을 위한 고민'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코로나19 이후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실질 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매 시장에서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유통사들은 협력업체가 납품가나 출고가를 올리더라도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어려워 양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오프라인 유통업계를 둘러싼 규제 문제를 언급하면서 "그동안 유통업에 대한 규제들은 전통시장 인근에 대기업 유통사는 진출할 수 없다는 식으로 상생에 초점을 맞췄다"며 "소비자들이 바깥 활동을 최소화하면서 온라인을 통해 소비하는 '내향형 경제'가 활성화된 지금은 전통상인과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이 함께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관계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형 유통사가 자본력을 통한 인프라를 제공하고 세부 콘텐츠는 자영업자들이 채워가는 공생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윤회진 롯데마트 상무도 '지속가능 유통생태계-혁신과 규제의 균형'을 주제로 다룬 학술세션에서 비슷한 의견을 냈다.
그는 "지역 상품을 매입해서 판매하는 등 대형마트가 중소기업이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며 "혁신이라는 게 특별한 것이 아니고 당장 풀어나갈 수 있는 것부터 해결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키노시타 일본유통학회 회장의 기조연설, 유통데이터 세션, 특별세션을 포함해 총 9개 세션으로 구성됐다.
행사는 하나의 세션에서 산업계와 학계가 함께 발표하고 토론하는 '산학 통합형 세션'으로 진행됐다.
산학 통합형 세션은 발표자 구분 없이 산업계 전문가와 학계 연구자가 동일한 세션에서 발표와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 학문 중심의 학술대회와 차별화한 새로운 시도였다.
한국유통학회장인 박경도 서강대 교수는 "이번 춘계학술대회는 단순한 연구 발표에 그치지 않고, 유통 현장에서의 경험과 학술적 통찰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산업과 학문 간 실질적 협업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며 "이를 통해 유통산업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유통학회는 1995년 창립 이래 유통 분야의 학문적 연구와 실무적 협력 증진을 위해 학술대회, 워크숍, 정책 제안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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