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눈물 흘린 ‘폭싹 속았수다’…달리 보면 ‘대한민국 PPL’이었다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4-21 16:24:34

한국 고유 감성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들…관심도 증가 역할
‘한국 접촉 경로’로 유튜브와 넷플릭스 꼽는 외국인들 많아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스틸. 넷플릭스 제공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로 전파되는 콘텐츠 중 한국 고유 감성이 담긴 작품을 대한민국 ‘간접 광고’ 격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만 만들 수 있고 한국어로만 표현 가능한 감성의 작품이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도나 이해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부문 총괄(VP)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넷플릭스와 K-콘텐츠 소프트 파워 : 글로벌 OTT와 K-콘텐츠 한류의 관계 돌아보기’에서 가수 겸 배우 아이유와 박보검 주연의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를 예로 들어 이처럼 설명했다.
그는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여러 리액션이 온다”며 “제작 방법이나 (콘텐츠에 담긴) 감정에 대한 해석 질문이 많다”고 밝혔다.

강 총괄은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의) 파트너사와 함께하는 모든 작품은 대한민국을 PPL로 하는 것”이라며 “콘텐츠에 담긴 한국어, 풍광, 장면, 대사, 감성, 먹는 음식 그리고 인물이 부르는 노래가 우리나라를 다면적이고 직관적으로 세계에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짚었다.
지난달 7일 공개된 총 16부작의 ‘폭싹 속았수다’ 시청 외국인 반응이 유튜브 등에 이어지는데, 가족과 삶의 무게를 담은 이야기가 가슴을 뭉클하게 하면서 눈물 보이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더러 눈에 띈다.

넷플릭스는 제주 방언으로 ‘정말 수고했다’는 뜻인 ‘폭싹 속았수다’를 영어판에서는 ‘인생이 당신에게 귤을 건넬 때(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태국판에서는 ‘귤이 달지 않은 날에도 웃자’, 대만판에서는 ‘고진감래(苦盡柑來·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로 번역하는 등 각국의 언어적 배경을 고려했다.
이외에도 어린 애순이 쓴 동시의 운율은 영어 번역본에서도 각운이 반복되도록 번역하는 등 디테일한 현지화로 글로벌 시청자들이 생생한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전에는 음악을 통한 ‘한류’가 세계에 형성됐다면 이제는 영상으로 더 많은 감성을 확산한다는 평가다.
한국 정서가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의 다면적 이해도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넷플릭스는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알리는 광고판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2월 펴낸 ‘2024 국가이미지 조사 보고서’에서의 한국 접촉 경로 설문.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넷플릭스의 ‘대한민국 광고판’ 역할 분석은 문화체육관광부 국제문화홍보정책실의 ‘2024년 국가이미지 조사 보고서’와도 무관치 않다.

올해 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 접촉 경로’ 질문에 외국인 응답자 총 1만2500명의 65.5%는 ‘동영상 플랫폼’을 선택했다.
방송(32.5%)이나 신문·잡지(19.2%), 관광 안내 서적(13.6%·이상 중복 응답)보다 훨씬 높다.
이 조사에는 일본과 중국,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권 국가뿐만 아니라 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과 미국 그리고 이집트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총 25개국에서 500명씩 참여했다.

동영상 플랫폼으로 우리나라에 관한 정보를 접한다는 응답자(8182명)는 주로 이용하는 동영상 서비스 채널로 유튜브(89.3%)와 넷플릭스(60.8%)를 대부분 지목했다.
디즈니 플러스(14.1%)나 애플TV(6.3%·이상 중복 응답)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2월 펴낸 ‘2024 국가이미지 조사 보고서’에서의 주로 이용하는 동영상 서비스 채널에 관한 설문.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이성민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문체부 보고서는 우리의 소프트 파워를 측정하는 중요한 조사 중 하나”라며 “(자료에서 보듯) 유튜브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OTT 중심 영상 유통 구조에서 우리는 영상 콘텐츠를 통해 과거에는 닿지 못했던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며 “한국 문화와 한국 콘텐츠 관심의 선순환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