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올해 1분기는 2차전지 관련 업계가 내내 어려웠다. 전기차 캐즘이 여전하고 시장도 불투명한 데다 자동차 시장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다 내던다시피하는 관세 폭탄에서는 다소간 정면 공격은 피하는 양상이다.
2차전지(배터리) 시장에서는 바이든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유인 정책으로 빠르게 현지 생산공장 투자를 단행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전기차 캐즘으로 인해 관련 업계가 많은 어려움 속에 빠져 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연구 개발과 시장 확대를 모리는 기업이 있어 눈길을 모은다.
바로 SK이노베이션이다. 그러나 정유 화학 시장의 부진은 여전히 큰 부담이다.
현대차증권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1분기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2분기에는 적자 전환을 전망하는 전망을 내린 바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6일 “SK이노베이션의 2025년 1분기 실적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6.6% 증가한 22조원, 영업이익은 92.4% 감소한 474억원으로 컨센서스를 하회할 전망이며, 2분기에는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사적으로 시장 전화위복 점쳐
그러나 전사적 시각으로 살펴보면 우산장수 짚신장수와 같은 상쇄적인 성장 부문도 있어 부진을 단정하기는 이른 면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의 성장 가능성과 함께, 정유, 석유화학 사업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 LNG, 전력, 배터리, 신재생에너지에 이르는 핵심 에너지 사업들을 기반으로 다양한 고객 맞춤형 Energy Solution Package를 제공하는 아•태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문별 성장 속도나 시장 상황이 다르지만 시너지 효과를 통해 실적 부진을 상쇄하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당장 SK온은 적자폭이 상당폭 줄면서 회복 국면이 점쳐지기도 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독일 전기차 판매 회복과 미국 현대·기아차향 판매 증가로 유럽과 미국의 공장 가동률이 회복되며 배터리 부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특히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지 전기차 판매 대수는 11만2968대로 전년 동기 대비 38.9% 증가하는 회복세를 보였다. 폭스바겐그룹, BMW그룹, 현대차그룹이 판매 반등을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이것은 EU 집행위원회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탄소 배출 규제 강화와 완성차 업계의 전동화 전환 전략이 시장에 함께 작동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2,3분기 실적 회복이 기대되는 까닭은 오는 5월 출범을 앞둔 신임 연립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재도입을 예고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SK온은 헝가리에 있는 코마롬 1·2공장과 이반차 공장을 통해 유럽 시장 공략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반차 공장은 최신 자동화 설비를 기반으로 지난해 2분기 상업 생산을 개시해 기대를 모은다. 이 공장은 5GWh였던 생산능력을 연말까지 10GWh로 확대했으며 특히 가동 3개월 만에 수율 90%를 달성하며 빠른 안정화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유럽 내에서도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포드 등 유럽 전통 강자와 현대차그룹과도 협력하고 있다.
SK E&S는 수소, 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LNG 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는 에너지 기업이다. 이 회사는 SMP(전력도매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딩 사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 통합 효과 덕분에 안정적인 이익이 기대되는 측면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약 80조원이었던 SK이노베이션의 자산은 합병 이후 약 100조원 규모로 확대됐다 이로 인해 상각전 영업이익(EBITDA)도 1조9000억원에서 5조8000억원 규모로 높아졌다. 지난 4분기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SK E&S의 지난해 영업이익 1조 1157억원 중 11~12월 영업이익인 1234억원이 4분기 실적에 반영되면서 SK이노베이션은 매출 19조4057억원, 영업이익 159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증권가에선 SK온 적자폭 축소와 SK E&S의 트레이딩 사업 실적 회복, 순차입금 축소가 실적 턴어라운드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노력의 대가로 2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진행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4000억 원 모집에 1조 760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는 인기를 누렸다.
2년물 1300억 원 모집에 7400억 원이 접수됐고 3년물 1700억 원 모집에 7100억 원이 몰렸으며 5년물 1000억 원 모집에는 3100억 원이 들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SK이노베이션은 8000억 원까지 채권을 증액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떠오르는 베트남 시장과 LNG 프로젝트
한편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는 지난 달 SK이노베이션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는데 이날 SK E&S(현 SK이노베이션 E&S) 합병 후 첫 주총을 여는 자리였기에 자사가 가진 에너지 포트폴리오 구축 효과를 계속 강조했다.
박 대표는 “석유화학과 액화천연가스(LNG), 전력, 배터리, 신재생에너지에 이르는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전사적 역량과 자원을 결집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자사가 국내 업체 최초로 유럽에 연간 100만 톤의 LNG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베트남에서도 LNG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SK그룹은 베트남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자원순환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SK 이노베이션 E&S는 2020년부터 베트남 남부 닌 투언 지역에 131㎿(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운영해 왔으며, 해상풍력 발전소도 운영 중인데 기술력에서 이미 신뢰를 확보하고 있는 중이다.
또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 자원개발 자회사 SK어스온은 베트남 15-2/17 탐사 광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어 무자원 한국이 산유국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한편 SK엔무브는 연전부터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상장 준비를 해 왔다. 당연히 사업 확장을 위한 IPO(기업공개)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목적이다. 업계에선 SK엔무브의 시가총액이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선 SK이노베이션에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면서 단기적인 주가 변동에 흔들리지 말고, 사업 각 부문의 성장 가능성과 미래 전망에 초점을 맞추면 충분한 수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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