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인공지능(AI)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이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제언을 내놨다.
AI 선도 국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에너지·데이터·인재를 투입하는 데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한국형 LLM(거대언어모델)을 개발하고 전력공급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의는 6일 '우리나라 AI 생태계 구축 전략 제언'을 통해 AI 3대 투입요소(에너지·데이터·인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3대 밸류체인(인프라·모델·AI 전환)에서의 가치 창출을 위한 '333 전략'과 10대 과제를 제시했다.
상의는 우리나라가 반도체, 에너지, 모델 등 분야에서 자체 역량을 갖출 만큼 AI 잠재력이 크지만, AI 투자 규모는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아 자칫 AI 글로벌 패권경쟁에서 뒤쳐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건의서는 "우리나라가 지금의 IT 강국으로 올라올 수 있었던 배경은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3~4년간 정보기술(IT) 분야에 국가자원 투입을 집중했기 때문이고 AI 투자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며 "향후 3~4년은 우리나라가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기 때문에 AI 분야에 국가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과제로는 AI 데이터센터(AIDC) 구축이 제시됐다.
상의는 AIDC 1기 건설에 약 6조5000억원이 소요되는 만큼 초기 수요 확보와 인허가 간소화, 세제 혜택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AI 컴퓨팅 액세스 펀드' 조성과 '인허가 타임아웃제' 도입을 건의했다.
또 AI 사업화시설에 대한 세제인센티브가 제조시설로 한정된 것을 컴퓨팅 인프라, 전력공급설비 등 AIDC 관련 설비로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건의서는 현재 미국과 중국 기업들의 모델 성능이 월등한 가운데 해외 LLM에만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AI 종속국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며, 한국형 LLM 개발도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한국형 LLM 개발을 위해서는 먼저 국내 각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와 기술력을 결집해 각자의 강·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협력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의서는 LLM 수요 창출을 위해 단기적으로 민원, 행정 등 생활 밀착형 공공서비스부터 시작해 고령화, 환경문제 등 사회이슈로 한국형 LLM의 사용 사례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제조업 분야의 AI 성공사례 확보도 과제로 꼽았다.
한국은행은 AI 도입 시 국내총생산(GDP)가 최대 12.6% 증가할 수 있다고 봤지만, 제조업 AI 도입률은 2.7%로 저조하다.
상의는 장기간에 걸쳐 투자되는 자본인 인내자본 조성과 정부 '첨단전략산업기금'의 조속한 법제화를 요청했다.
상의는 "AI 생태계가 원활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데이터, 인재와 같은 투입요소가 원활하게 공급되는 것이 중요한데, 이 분야는 민간이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대규모 전력의 효율적 공급은 AI 활성화의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상의는 대규모 전력의 안정적 공급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역 거점별 AI 특구 내 에너지 규제 특례를 통해 자가발전소의 전력거래 제한을 완화하고 전력계통 영향평가를 유예하는 등 전력공급 관련 규제를 완화할 것을 주장했다.
데이터 활용권 확대와 데이터 산업 육성, 마이데이터 유통 플랫폼 도입, AI 특구 조성과 인재 유치·정착을 위한 비자 우대 정책도 포함됐다.
제도 설계 방향으로는 '네거티브 규제', '규제일출제' 등을 통한 혁신 유도형 정책을 주문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AI 생태계는 시장 기능을 바탕으로 선순환해야 지속적인 혁신이 가능하지만, 3대 투입요소의 공급 부족, 막대한 투자비용 등 시장 기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생태계 구축의 장애물들이 있다"며 "정부는 선순환을 견인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 AI 수요 창출 등 총체적인 정책 지원에 힘쓰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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