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SKT해킹 대국민 사과, 고객 피해 없도록 최선"(종합)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5-07 11:29:1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해킹이 발생한 지 19일 만이다.
최 회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SK 모든 그룹사를 대상으로 보안 투자를 확대하고 그룹 내 최고 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7일 오전 서울 중구 SKT본사에서 열린 '사이버 침해 관련 일일 브리핑'에 참석해 "SK그룹을 대표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사고 이후 일련의 소통과 대응이 미흡해 안타깝고 고객 입장에서 세심히 살피지 못한 점에 대해 경영진 모두가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고객뿐 아니라 언론, 국회, 정부 기관 등 많은 곳에서의 질책은 마땅하며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정부 조사에 적극 협력해 사고 원인 규명에 주력하고 고객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사과와 함께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SK 전 그룹사 대상으로 보안 투자를 확대하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만들겠다"며 "단순한 보안 문제가 아니라 국방 문제, 안보와 생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꾸리겠다"고 강조했다.

정보보호혁신위원회는 그룹 최고 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차원에서 구성된다.
최 회장은 "이번 사태로 IT 보안은 특정 부서만의 영역이 아니라 그룹 전반이 나서야 할 중요한 사항임을 깨달았다"고 언급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위약금 면제 문제에 대해선 "형평성과 법적 문제를 같이 검토해야 한다"며 "현재 SKT 이사회에서 이 사안을 두고 논의 중에 있어 해결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본인 역시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했다고 밝힌 최 회장은 "유심 교체를 원하는 분들이 빠르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최 회장이 19일만에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선 건 이번 해킹 사태가 전 국민적인 사태로 불거진데다 SKT가 초유의 위기를 겪고 있는 데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룹차원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회장이 직접 나서 사태 수습을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이 깜짝 등장한 건 당초 오는 8일로 예정됐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관련 청문회 불참 의사를 전달한 직후 이뤄진 행보여서 더욱 주목받았다.
이는 사실상 국회 청문회 출석 요구에 직접 응하기보다는 그룹 총수가 대국민 직접 사과를 통해 사태를 정면으로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SK그룹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를 단순 통신 장애를 넘어선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SKT는 유심 대란 발생 이후 5월 연휴 기간에도 매일 오전 10시 자체 브리핑을 열고 전 고객 유심 무료 교체, 교체용 유심 1000만개 확보, '유심보호서비스' 자동 가입과 해외 로밍 시 적용(14일부터) 등의 대책을 발표하며 수습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6일 오후 6시 기준 자사 고객(SK텔레콤망 사용 알뜰폰 포함) 2411만명이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했다고 7일 밝혔다.
해외 로밍 요금제 이용자를 제외한 가입 가능한 모든 고객이 가입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같은 날 기준 유심을 교체한 고객 수는 107만명이다.

하지만 유심 교체 속도가 더뎌 고객들이 대리점 앞에 줄을 서는 불편이 이어졌고 해킹 우려에 타사로 옮기려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위약금 문제가 불거지며 소비자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가입자 이탈 움직임까지 감지되면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한편 SK텔레콤 해킹 사태 이후 25만명 가까운 이용자가 다른 통신사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감만 20만명을 넘어섰다.
SKT 서버 해킹 사태가 확인된 지난달 22일 이후 전날까지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이동한 사용자는 모두 24만8069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다른 통신사에서 SKT로 이동한 사용자를 합쳐도 순감 인원은 20만7897명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