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오셨어야죠. 그땐 갤럭시S25 구매하시면 '차비(즉시 현금지급)' 40만원까지 챙겨드렸는데, 지금은 기기값 공짜도 겨우 가능해요. 이런 지원도 언제 끝날지 몰라요." 황금연휴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의 한 휴대폰 판매점주는 "생각보다 비싸다"는 손님의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성지(다른 곳보다 지원금을 더 얹어주는 곳)' 밀집지역으로 소문난 휴대폰 판매상가는 썰렁했다.
상가를 둘러보는 손님은 드물었고, 호객하는 판매점도 손에 꼽혔다.
SKT 가입자 한지우씨(32)는 "해킹 사태 이후에 SKT에서 떠나고 싶었고, 다른 통신사에서 보조금도 많이 준다길래 찾아와 봤는데 일주일 사이에 갑자기 비싸졌다"며 발길을 돌렸다.
이날 신도림 테크노마트의 휴대폰 판매점도 썰렁하긴 마찬가지였다.
한 판매점주는 "4월 말까지가 진짜 대란이었고 지금은 분위기 급격히 식었다.
보조금을 안 주는데 당연히 사람이 없다"며 "일주일만에 SKT S25 울트라가 실구매가 41만원에서 109만원까지 올랐다"고 덧붙였다.
4월 말만 해도 '보조금 대란'이라 불릴 정도로 뜨거웠던 시장이 급랭한 이유는 정부의 현장점검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해킹사태 이후 SKT 고객들의 '탈출'이 시작되자, 고객을 지키려는 SKT와 이탈자들을 모셔오려는 KT와 LG유플러스 간 보조금 과열 경쟁이 벌어졌다.
지난 5일부터 SKT 대리점이 신규 가입자까지 받지 않자 방송통신위원회는 보조금 과열 경쟁에 대응해 연휴 내내 테크노마트 등 집단 상가 위주로 현장 점검에 나섰다.
단속이 시작되자 SKT뿐 아니라 KT와 LG유플러스도 보조금을 낮추는 분위기다.
성지 현장에는 SKT 본사 직원들이 직접 나와 판매 상황을 점검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유통 현장에서 가격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강변 테크노마트의 한 판매점주는 KT 정책 공지 메시지를 보여주며 "오늘 오후 6시부터 아이폰16 기준으로 차비를 8만원씩 줄이라고 내려왔다.
아예 축소 모드"라고 전했다.
이 같은 업계 흐름은 실제 번호이동 통계에도 반영됐다.
4월 말, SKT 이탈 규모가 일일 3만명 이상까지 치솟았다가 6일에는 1만3050명으로 떨어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과열전쟁이 잦아들면서 번호이동을 통한 SKT 대규모 가입자 이탈은 일단 제동이 걸린 듯하다"며 "SKT 입장에서는 한숨 돌릴 수 있게 된 셈"이라고 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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