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이미지가 최초로 미국 저작권청에 등록됐다.
그동안 주요 국가의 저작권법은 '인간의 창작물'만을 저작물로 인정해줬다.
하지만 AI 도구로 생성된 이미지가 저작권 보호를 받게 되면서 깨기 힘들었던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향후 전 세계 AI 서비스와 디지털 예술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설립된 AI 기반 이미지 생성 전문 스타트업 '인보크AI'의 켄트 키어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한 조각의 아메리칸 치즈'라는 제목의 작품을 미국 저작권청에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키어시 CEO는 자신의 회사가 개발한 AI 툴을 활용한 것이다.
한 조각의 아메리칸 치즈는 여성의 얼굴을 스테인드 글라스를 연상케 하는 모자이크 방식으로 형상화한 그림이다.
정수리에는 치즈가 녹아내리고 있으며 머리카락은 스파게티 면발 모양이고 이마에 눈이 하나 더 있는 점이 특징이다.
키어시 CEO는 지난해 8월 이 작품을 저작권청에 한 차례 접수했지만, 저작권청은 저작권 등록을 뒷받침하는 인간의 기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부한 바 있다.
그는 이미지 생성 전 과정을 담은 동영상과 창작에 인간이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추가로 제출해 재심을 요청했고, 저작권청은 지난 1월30일 그의 저작권 등록 신청을 받아들였다.
단순히 AI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이 창의성이 발현됐고 작품 창작에 주도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 작품에 사용된 '인페인팅' 기법도 저작물 등록에 한몫했다.
인페인팅이란 이미지의 일부 영역을 지정한 후 프롬프트나 설정값을 입력해 해당 영역에 대해서만 이미지를 다시 생성하는 AI 기법이다.
이를 통해 AI 생성물에 인간이 얼마나 창의적으로 요소를 선택하고, 배열하고, 조정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따졌다.
인간의 '통제성'도 저작물 등록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됐다.
기존에 단순히 사용자가 자신의 의도를 프롬프트로 써서 나온 결과물은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에 통제성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그간 대부분의 국가에서 저작권법은 사실상 인간이 창작한 작품만 보호해왔다.
2022년 미국 콜로라도 미술 대회에서 1위를 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그래픽 소설 '새벽의 자리야'에 삽입된 이미지 모두 미드저니로 만들어 인간 저작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AI 도움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도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창작 과정에서 AI 기술 활용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고, 저작물의 도구로서 정식 인정받은 AI 서비스는 창작자들의 각광을 받을 것이다.
류시원 전남대 교수는 한국저작권위원회를 통해 "저작권 등록 신청 시 증빙자료로 제출하기 위해 제작 과정에 관한 정보를 동영상, 이력 정보 등으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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