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요즘 제약 바이오 업계의 최대의 화두는 트럼프 發 의약품 관세 문제일 것이다.
지난 5일(현지 시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의 품목별 관세 관련해 2주 이내에 발표할 거라고 밝히면서, 의약품 관세에 대한 우려가 재점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 트럼프 대통령의 의약품 관세 부과는 거의 확정적인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는 기민한 대응책을 준비하면서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국내 의약품 업계 중에서 GC녹십자의 경우는 더욱 기만하게 대응을 준비하면서 올 한해 착실한 준비를 통해 1분기 선전을 토대로 매출과 함께 수익성을 높이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올 1분기 매출 3838억원, 영업이익 8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으며, 순이익도 223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일부의 재정적 우려를 말끔히 지우고 선방한 것이 눈에 띈다. 지난 한 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원가절감과 함께 내실을 기하고 마케팅 기반을 강화하면서 수익이 상당폭 늘어났다.
특히 알부민, 면역글로불린 등 혈액분획제제의 수익성이 개선된 영향으로 수지가 상당폭 개선됐다. 혈액제제란 혈액 속 유효 성분을 추출하여 가공한 의약품이다.
보건복지부가 혈액제제의 공급 안정화를 위해 녹십자의 제품을 비롯한 혈액제제의 약가를 인상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이 회사는 한국 최초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알부민 등의 혈액분획제제를 국산화한 혁신적 제약기업으로 ‘알부민’의 수출 실적이 눈부시다. 녹십자는 알리글로 생산과 함께 ‘알부민’ 생산량을 확대해 알부민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공급하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세계의 알부민 시장 규모는 2024년에 64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시장은 앞으로도 더 크게 확대될 전망이라 GC녹십자의 시장 상황도 역시 유망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알부민 앞세운 선방
여기에 면역글로불린 IVIG-SN, 헌터라제 등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품목들을 보유하고 있어 GC녹십자의 하반기에도 지속 성장을 기대할 만하다. 이미 이 회사는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두 번째 헌터증후군 치료제 허가를 획득하는 등 글로벌 기술 신뢰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초로 4번째 혈우병 치료제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다른 나라 경쟁사들보다 신속하게 첨단 의료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런 선전 덕분에 1분기 녹십자의 혈액분획제제 제품군 매출은 1272억원으로 전년대비 42.2% 상승했다. 여기에 수두백신 배리셀라,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등 수익성이 높은 제품의 글로벌 판매 증가가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국내 혈액제제 매출은 전년보다 13.2% 증가한 838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선 GC녹십자가 1분기 흑자전환의 여세를 몰아 2분기에도 알리글로의 미국 매출 증가로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증권 이선경 연구원은 7일 보고서를 통해 “GC녹십자는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7.6% 늘어난 3838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4090억원)보다 6.2% 하회했으나 고마진 품목의 성장으로 영업이익이 컨센서스(59억원) 대비 35.6%를 상회하며 흑자전환 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고마진 수출 품목인 ‘헌터라제’가 전년보다 42.5% 증가한 124억원을 달성했다. 헌터라제는 GC녹십자가 세계 두번 째로 개발한 헌터증후군 치료제다. 제2형 뮤코다당증으로도 불리는 헌터증후군은 남아 10만~15만명 중 1명의 비율로 발생한다고 알려진 희귀질환이다. 또 백신도 전년보다 62.1% 늘어난 188억원의 고성장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부진을 한번에 만회했다.
한편 GC녹십자는 올해 알리글로 매출 목표를 1억달러 이상(약 1500억원)으로 잡고 있다. 올해 전체 매출이 1조8000억~1조9000억원으로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증권사들 대부분은 이 회사가 해외 성장과 자회사 경영 효율화로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성장세라면 내년인 2026년에는 2500억원, 2027년에는 3500억원, 2028년에는 4000억원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금융가의 전망이다.
구원투수 알리글로에게 건다
알리글로는 2023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지난해 8월 미국 자회사 GC바이오파마 USA를 통해 알리글로 직판을 시작하며 자사의 기대도 대단히 컸다.
이것은 같은 해 9월 미국 주요 보험사인 시그나 헬스케어,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블루크로스 블루쉴드 처방집에 등재해 유통망을 확대하는 등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채널을 넓히고 있었기에 그만큼 기대도 컸던 것이다.
GC녹십자의 경쟁사인 ADMA는 면역글로불린과 기타 혈장 유래 치료제의 개발과 제조에 주력하는 미국 기업으로 미국 내 면역글로불린 제제 시장에서 후발주자이지만 시장 확장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이 치열한 경쟁이 GC녹십자에게는 오히려 약이 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투자와 기술 개발, 시장 확장에 그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GC녹십자의 글로벌 전략은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미국 시장 진출로 본격화됐다. 미국 FDA(식품의약국) 품목허가를 획득하고 미국 내 대형 처방급여관리업체(PBM), 전문약국과의 계약을 통해 16조 원 규모의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 공략에 나섰다.
GC녹십자는 올해 5000만 달러 매출을 목표로 매년 5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해 5년 내 3억 달러 매출 달성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알리글로는 고마진 가격 정책과 환자 접근성 향상, 수직통합 유통채널 전략 등을 통해 미국 내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양날개 앞세운 허은철 대표의 야심
GC녹십자 허은철 대표는 이런 상황을 직시하면서 신년사부터 혈액제제와 백신을 양날개로 비유하면서 올해 주력 제품군으로 시장 확대와 실적 호조를 이루겠다고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특히 GC녹십자는 2분기부터 주요 제품군의 해외 판매를 기반으로 매출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허은철 대표의 목표는 시장 추격이 아니라 시장 선도에 있다. 패스트 팔로우가 아니라 퍼스트 무버가 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허 대표는 연초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선도하는 것”이라는 신년사를 통해 해외 진출을 넘어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혁신을 이끄는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었다.
한편 혈액제제외에도 GC녹십자는 희귀질환 치료제, 차세대 백신, mRNA-LNP 기반 신약 등 다양한 글로벌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이 중 가장 해외에서 진척을 보이고 있는 사업은 백신사업이다.
GC녹십자는 최근 일본, 미국, 유럽의 연구기관·제약사와 협력해 희귀질환 치료제 및 mRNA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감, 수두, 대상포진 등 다양한 백신 제품군을 60여 개국에 수출하는 등 태국 정부 독감백신 입찰에서 2년 연속 전량 수주에 성공해 글로벌 입지를 크게 강화했다.
최근 GC녹십자는 자사의 독감백신 ‘지씨플루(GCFLU)’가 태국 국영 제약사인 GPO(Government Pharmaceutical Organization)와 질병통제국(DDC, Department of Disease Control)의 입찰 및 민간 시장 포함 총 594만 도즈의 물량을 공급하게 된다고 밝혔다.
1도즈는 1회 접종량을 의미한다. GC녹십자는 태국 국영 제약사 GPO 및 질병통제국 입찰과 민간 시장에서 총 594만도즈를 수주하여 기염을 토했다. 자사는 이번 입찰에서 594만 도즈의 물량을 수주함으로써 누적 수주량 1500만 도즈를 돌파할 전망이며 태국 민간 시장 공급량도 작년 대비 112% 증가할 것으로 전해진다.
태국을 포함 전세계 63개국에 수출되는 지씨플루는 매년 수출 국가와 물량을 확대해 나가며 글로벌 시장에서 대표 독감백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GC녹십자는 WHO 산하 국제기구의 최대 독감백신 공급 제조사로, 누적 생산량이 3억 도즈를 넘어섰다.
특히 ‘지씨플루’ 백신은 누적 1000만 도즈 이상이 수출돼 WHO 산하 국제기구의 주요 계절 독감백신 공급사로 자리매김했다.
실적 측면에서도 백신사업은 2분기부터 본격적인 성장세가 기대된다. 올해는 백신·신약 수출 증가와 고마진 제품 확대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두 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한편 허은철 대표는 “백신과 혈액제제라는 전통적 두 기둥, 일반의약품·만성질환 등 일차진료라는 도전적 두 영역, 그리고 국내와 글로벌이라는 확장된 두 개의 그라운드가 상호보완하며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약업계에서는 GC녹십자의 허은철 리더십이 공고하게 작동하고 있어 올 한해도 지속적인 성장 가도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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