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제자리인데 치솟는 식비…엥겔지수 30% 급등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5-10 08:11:00

지난해 우리나라의 가구당 식비 지출이 90만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비 지출이 늘면서 전체 소득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엥겔지수도 30% 가까이 상승했다.

10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가구당 월평균 식품 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4.4% 증가한 85만9181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 증가율인 3.5%보다 1%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치로, 전체 소비 가운데 식비 지출이 더 늘어났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가구당 월평균 식비 지출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9년 68만원이던 식비 지출액은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한 이듬해 처음 70만원을 넘겼고, 2023년에는 80만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85만원을 넘기며 9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늘어났다.

음식에 지출하는 비용이 늘어나면서 엥겔지수도 높아졌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엥겔지수는 29.7%로 전년(29.5%) 대비 소폭 늘어났다.
한국의 엥겔지수는 2010년(26.9%)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팬데믹 기간인 2020년 29.4%로 크게 올랐고, 2022년에는 29.8%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2023년 29.5%로 소폭 감소했으나 지난해 다시 소폭 반등했다.

엥겔지수는 가계의 소비 지출에서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에 대한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엥겔지수는 낮아지고, 소득이 낮을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국가 단위에서도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엥겔지수가 낮다.

최근 우리나라의 엥겔지수는 꾸준히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소득 증가는 미진한 상황에서 식료품·외식 가격은 대폭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먹고살기가 이전보다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엥겔지수는 일본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엥겔지수는 28.3%를 기록했다.
이는 1981년 이후 43년 만의 최고치인데, 우리나라의 엥겔지수는 이보다도 높은 수준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엥겔지수 상승에는 외식 빈도와 비용 증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가구당 식품 소비액 가운데 외식비 비중은 49.9%로 절반 수준까지 확대됐다.
외식비 비중이 늘면서 외식비용 역시 42만9000원으로 전년(40만8000원) 대비 5.2% 증가했다.
반면 신선식품 비중은 22.4%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감소했다.
가공식품 비중은 27.6%로 전년도(27.7%)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가구원 수별로는 1인 가구의 증가세가 눈에 띄었다.
1인 가구는 신선식품이 전년 대비 5.6%, 가공식품과 외식비 지출이 각각 5.5%, 5.2% 증가해 2인 이상 가구보다 식비 지출 증가율이 높았다.
1인 가구는 연령대별로 월평균 식품 소비지출 구성에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20~30대 1인 가구의 외식비 비중이 73.0%로 높았고, 가공식품과 신선식품이 각각 20.6%와 6.4%를 점했다.
반면 60대 이상 1인 가구의 외식비 비중은 전년 대비 1.4%포인트 증가했지만 33.8%를 기록해 20~30대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비중이 각각 35.9%와 30.3%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