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해킹 사고의 여파로 삼성전자와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업계가 뜻하지 않은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SK텔레콤 유심 정보 해킹 사고가 알려진 이후 하루에 이심(eSIM)에 가입하는 SK텔레콤 가입자는 그 전과 비교해 약 40배 증가했다.
지난달 25일 SK텔레콤은 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는 고객을 위해 유심 무상 교체를 결정했지만, 유심 재고가 교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이심이 대체재로 떠오른 것이다.
이심은 물리적으로 단말기에 끼워야 하는 유심과 달리 스마트폰에 내장된 가입자 식별 모듈이다.
소비자는 일반적으로 얇고 가벼운 스마트폰을 선호하는데, 스마트폰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이심 사용이 보편화되면 스마트폰을 더욱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한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제품을 얇게 만드는 데 있어 유심이 들어갈 공간이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설계상 큰 장애"라며 "이 자리가 사라지면 배터리 사용량도 줄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이심을 쓰면 배터리 사용 시간이 길어지고 슬림화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부연했다.
다만 소비자가 체감할 정도로 배터리 사용 시간이 크게 차이 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이미 2022년부터 이심 사용이 보편화됐지만 한국에서는 아이폰의 경우 XS 시리즈 이상, 갤럭시는 S23 이상으로 비교적 최신 기종으로 한정되는 제약이 있었다.
국내에서 이심 사용이 저조했던 이유는 통신사들이 유심을 수익원 가운데 하나로 인식하는 데다 고객이 유심 교체를 위해 대리점에 방문할 경우 부가서비스 등 가입을 권유할 수 있어 이심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심은 개통이 쉽고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정의한 국제 표준이기도 하다.
반면 기기에 내장돼 있어 기기를 교체할 때 번거로우며 스마트폰이 파손됐을 때 이심을 이동할 수 없어 통신사 회선을 활용한 본인인증 등이 어려울 수 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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