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주도권을 대만으로 가져오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공개했다.
대만 정부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TSMC,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 업체 폭스콘 등과 손잡고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젠슨 황 CEO는 19일 오전 대만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열린 기조연설을 통해 "폭스콘, 대만 정부, TSMC 등과 함께 대만 최초의 대형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겠다"며 "이는 대만의 AI 인프라와 생태계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대만이 세계를 위한 슈퍼컴퓨터와 그 부품을 만드는 공장이었다면, 이젠 대만을 위한 AI 슈퍼컴퓨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슈퍼컴퓨터 구축은 '컴퓨터'를 한 대 설치하는 개념이 아니라 과학·기술·산업 안보 역량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국가 단위 프로젝트다.
즉, 황 CEO의 발표는 대만에 대해 AI·반도체·시스템 공급자에서 '사용자'로서의 전환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슈퍼컴퓨터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는 폭스콘·TSMC 등 대만을 대표하는 '큰 손'들과 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 등 민관이 모두 참여한다.
칩 생산부터 패키징, 서버, 통합 등 전 과정을 '현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그레이스 블랙웰' 등으로 구성된 슈퍼컴퓨팅 시스템과 NV링크·MV링크 등 시스템 아키텍처, 소프트웨어 등을 공급하게 될 전망이다.
여기서 TSMC는 엔비디아의 최신 반도체를 위탁생산, 폭스콘은 AI 하드웨어 조립 등으로 역할이 나뉜다.
NSTC는 슈퍼컴 자원을 대학·연구기관·스타트업 등에 개방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황 CEO는 "TSMC는 이미 막대한 양의 과학·AI 연구를 수행 중이며 폭스콘은 로보틱스 분야에서 대규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대만 현지에서 세계적 수준의 AI 인프라를 갖춘다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며 이는 교육·과학·기술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황 CEO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슈퍼컴퓨터에 탑재될 NV링크와 블랙웰 아키텍처도 함께 공개했다.
NV링크는 중앙처리장치(CPU) 없이도 GPU 간 통신을 가능케 하는 엔비디아의 고속 인터커넥트 기술이다.
해당 아키텍처 시스템은 페가트론·QCT·폭스콘·기가바이트·아수스 등 엔비디아의 '대만' 파트너들이 만든 것이다.
황 CEO는 파트너 기업들의 궁극적 목표가 대만의 AI 생태계 구축에 있다면서, 엔비디아의 블랙웰 칩이 이를 가능케 할 것이라고 했다.
타이베이(대만)=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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