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짠물 R&D]③미래 먹거리 '푸드테크' 원천기술 확보하라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5-20 11:29:00

글로벌 1위 식품사 네슬레는 '가장 변신을 잘하는 다국적 기업'으로 손꼽힌다.
진출한 국가마다 성별·연령별로 소비자 취향을 사로잡는 방식으로 전 세계 국가에서 현지화에 성공한 것이다.
네슬레의 국적에 대해 미국인의 절반 이상은 '미국 회사'라고 답했고, 영국에서도 같은 질문에 대해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다양한 응답이 나왔다는 일화는 네슬레의 맞춤형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네슬레는 1983년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커피를 출시한 이후 계속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네슬레는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소비자 행동 분석, 제품 품질 최적화, 유통기한 연장 등을 연구 중이다.
네슬레는 최근 5년간 매년 연구개발(R&D)에 2조원 넘게 쏟아붓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식품 기업들이 R&D 투자를 늘려 차세대 제품 개발뿐만 아니라 푸드테크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자원고갈 등 미래 먹거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의 농수산식품 R&D 분류체계부터 바꿔 체계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네슬레는 전 세계 23개의 연구개발 센터와 500여 개 연구소, 4000명 이상의 연구진을 통해 R&D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 제품인 인스턴트 커피를 비롯해 모든 제품이 소비자 취향에 따라 변화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에 민감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네슬레의 R&D 집약체가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다.
네슬레는 1976년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를 선보인 뒤 아직까지 전 세계 캡슐 커피 시장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분쇄커피를 담은 용기에 압력을 가해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위해 네슬레는 R&D에 매진했고, 결국 25년에 걸친 특허기간을 보유한 기술을 개발한 더분이다.

네슬레는 식물성 음료와 식물성 해산물, 식물성 버거 패티 등 다양한 식물성 제품군을 개발할뿐만 아니라, 신장질환자용, 연하곤란자용, 당뇨병 또는 고혈당증 환자용 치료식, 대사질환자용식품 등을 메디 푸드 시장도 개척했다.
혁신적인 제품군에 대한 개발도 현재진행형이다.
약 2조6400억원을 투자해 전 제품의 약 88%의 포장 용기를 재활용하는 등 친환경과 지속가능성 추구에도 공을 들이며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히 R&D를 진행하고 있다.

식품업계 고위 관계자는 "각국 소비자들은 완전히 다른 식문화를 갖고 있어 식품 분야는 세계화하기 가장 어려운 분야로 일컬어진다"며 "일찌감치 글로벌 기업 브랜드 전략을 채택한 점과 제품 브랜드 전략의 균형을 잘 유지, 발전시킨 점 등은 네슬레를 전 세계 식품 기업의 롤 모델로 만든 충분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식품 업계에서도 네슬레와 같은 원천기술에 대한 R&D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온서 한국식품기술사협회 회장은 "식품 공장을 보면 자동화 시스템, 가스를 이용한 성장속도 조절 장치, 탄산가스 조절 장치, 공기 성분을 분석 장비 등이 있다"며 "푸드테크는 말 그대로 식품기술인데, 배양육을 만드는 것만이 하는 게 아니라 이같은 기초기술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최근 식품 산업은 IT나 IoT, 빅데이터 등과 융복합되면서 선진 산업화되고 있다"며 "이탈리아에 가서 피자를 먹어보는 것이 그 나라의 문화를 느끼는 방법인 것처럼, 식품은 그 나라, 지역의 문화와도 연결돼있다.
식품이 문화를 창조하는 선도역할을 하기 때문에 산업 발전을 위해 힘 써야한다"고 말했다.

메디푸드 및 고령친화식품군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품질 및 기술 경쟁력 제고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 세계 메디푸드 시장 규모는 2021년 78억달러(약 11조3817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236억달러(약 34조원)까지 성장한 것으로 조사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메디푸드 시장이 2017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7.95%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식품기업들은 메디푸드 등 신성장 시장과 관련된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외 기업과의 제휴나 투자, M&A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포스트바이오틱스 분야도 글로벌 식품기업은 마이크로바이옴 투자가 장기적이고 규모가 큰 반면, 국내는 식음료 기업보다 제약업체에서 프로바이오틱스 건강보조제 중심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를 위해 현재 정부의 농수산식품 R&D 분류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2년 기준 R&D 사회경제적 예산 중 농업 부문은 미국이 32억2100만달러로 가장 많고, 일본 28억8300만달러였다.
한국은 14억3000만달러로 독일(12억800만달러), 프랑스(4억7900만달러)보다 많았다.
다만 이같은 R&D 예산은 농수산산림 먹거리 생산부터 유통, 기술 개발까지 정부의 농수산식품 R&D 분류체계에 따라 배분된 예산이 모두 포함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분류 체계는 후방산업인 식품이 중복돼 있어 식품산업에 대한 정교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연구원이 올해 2월 펴낸 '농림수산식품 분야 국가R&D 체계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분류체계로 개편해 향후 큰 경제적?사회적 파급효과 및 높은 성장성이 예상되는 기술도 푸드테크다.

우리나라 푸드테크 산업은 온라인 플랫폼과 외식 로봇 서비스, 식품 패키징, 대체식픔 등으로 분류하는데, 2020년 식품 패키징 시장 규모는 3230억 달러로 가장 큰 시장 규모를 기록했다.
또 식품 패키징 산업은 2028년 4782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체식품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으로 꼽힌다.
식량 안보와 코로나19 영향으로 지속가능한 먹거리에 대해 전 세계적인 관심이 커지면서 국제 식물성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20년 294억 달러에서 2030년 162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