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우리금융지주의 임종룡 회장이 소원을 풀게 됐다.
지난 2023년 3월 24일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사 자리에서 임종룡 회장은 당시 문제시 됐던 신뢰 회복과 함께 “미래성장 추진력 강화를 위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분명히 밝혔다. 그 오랜 숙원의 결과가 드디어 이루어지게 됐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일 우리금융지주의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회사 편입을 승인하면서 우리금융지주가 비은행 포트폴리오에 대한 소원을 이루게 된 것이다.
업계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동양생명의 총자산은 34조5472억원으로 6위권이고, ABL생명은 18조7643억원으로 두 회사 총자산을 단순 합산하면 53조원을 넘어선다. 이렇게 되면 4위권인 신한라이프(59조6178억원)에 이어 NH농협생명(53조2536억원)과 겨룰 정도로 커지면서 50조원대 생보사가 탄생하게 된다.
50조원대 생보사 탄생 눈앞에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지주가 인수하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합병하면 총자산 50조원대로 업계 5위를 위협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3조860억원 중 우리은행이 3조394억원을 차지해 은행 의존도가 98%에 달했는데 이것이 우리금융지주의 약점으로 거론되어 온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지난해 기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순이익이 각각 3143억원, 1051억원으로 합산 시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13.3%로 오르게 돼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86.7%로 줄어들기 때문에 신한 75.8%, 하나 88.0% 등 주요 금융지주와 견줄 만해진다.
한편으로 이렇게 되면 그동안 여러 지주사들에서도 비은행 부문 강화가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매각 혹은 M&A 등으로 다양한 흡수통합 분열의 움직임도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연히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실적 경쟁이 치열해지고 신상품 개발이나 소비자 지원책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게다가 최근 금리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각사의 자산운용 능력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우리금융은 은행 의존도가 높았던 문제를 해소하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선 은행에 의존하던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면 금융지주 간 서열과 시장 지배력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두 보험사의 완전한 통합까지 사전 IT분석과 통합 작업(PMI) 설계가 필요한 만큼 통합 전략 방향이 어디로 흘러갈지도 주목하는 분위기이다.
우리금융의 향후 진로는 아직 성급하게 결론내리기 어렵지만 관측통들은 생명보험 시장 진출을 통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한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키면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오며 올해 3월 투자매매업 본인가를 받아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투자매매업이란 자기 책임으로 주식 채권 등 금융투자상품을 사고파는 업무. 주식과 채권 인수 발행과 관련된 업무. 금융회사의 자기 돈을 이용한 투자업무도 포함하고 있다.
이로써 우리금융은 은행, 보험, 카드, 캐피탈, 증권을 주력으로 자산신탁, 저축은행, 자산운용, 벤처캐피탈을 포괄하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가 마무리되면 4대 금융지주의 판도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을 모은다.
한편 임종룡 회장은 조건부 승인이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지 않고 목표를 성사시키려고 그룹 내 분위기를 다독이는 모습이디.
임 회장은 임직원에게 서한을 보내 "아직 최종 마무리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며 "이번 결정은 내부통제, 재무구조 등 우리금융의 혁신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인 만큼 인수 이후에도 이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신임 동양·ABL생명 대표에 성대규 보험사 인수 태스크포스(TF) 단장과 곽희필 전 신한금융플러스 대표를 낙점했다.
최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개최하고 신규 자회사로 편입 예정인 동양생명 신임 대표 후보에 성 단장을 추천하는 한편 ABL생명 대표 후보에는 곽 전 대표가 이름을 올려 리더십을 강화하고 조직의 안정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취임은 기정 사실이지만 두 후보는 오는 7월 개최되는 주주총회 의결 뒤 공식적으로 취임하게 된다. 두 보험사의 기존 임원진은 아직 특별한 변동 계획이 없고 대부분 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임 회장이 급격한 변화보다는 소프트랜딩을 통해 점진적인 변화와 개혁을 준비하는 계획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공교롭게도 이 두 조직의 새 후보들은 모두 신한라이프에서 함께 일하며 한솥밥을 먹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게다가 두 후보는 과거 신한라이프 출범 당시 인수 후 통합(PMI)을 위해 손과 발을 맞춘 적이 있었기에 우리금융 편입과 조직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성 후보는 2021년 신한생명 대표로 부임할 당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을 진두지휘했고 곽 후보 역시 2019년 오렌지라이프 영업채널본부 부사장으로 재임했을 때 신한생명과의 제도·시스템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임 회장이 이 두 사람을 선택한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회사 간 협업과 지원 기대
우리금융은 당장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기존 고객에게 우리은행 결제 계좌 개설과 핵심 예·적금 가입을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당연한 일이지만 보험 고객의 우리투자증권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와 펀드 이용을 활성화하고, 우리카드 발급을 유도하는 등 그룹과 자회사간 지원과 활용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우리은행의 방카슈랑스 판매도 확대할 것이 분명한데 현재 우리은행의 동양생명(2.86%)과 ABL생명(7.31%) 방카슈랑스 판매 비중은 총 10% 수준이기에 이를 높여 33%까지 확대해 나가는 것이 중장기 목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임 회장은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홍콩에서 해외 기관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한 IR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금융 측은 “주요 주주 및 투자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는데 보험사 인수를 앞두고 임 회장이 투자자들에게 직접 관련 기대 효과와 경영 목표 등을 설명하는 기회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이미 지난 1월 해외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2025년에는 해외 투자자를 직접 찾아뵙고 우리금융 비전과 전략을 설명하며,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는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증권가에선 우리금융이 이번 기회를 통해 명실상부한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나게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
ⓒ Techholic(http://www.techholic.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0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