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이어 동국제강도 멈췄다…철근시장 '구조개편' 신호탄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5-26 16:16:59

국내 철근 업계에 구조적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제철이 유통향 철근 출하를 중단한 데 이어, 동국제강도 인천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하면서 업계에선 시장 전반이 수급 재편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오는 7~8월 한 달간 인천공장의 전기로와 압연 설비를 모두 멈추기로 했다.
이 공장은 연간 철근 22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최대 단일 제강 거점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생산기지다.
이번 결정은 단순 감산을 넘어 철근 시장의 구조적 수급 재편에 들어간 신호로 해석된다.
이미 동국제강은 지난해 6월부터 인천 전기로를 주간에 멈추고 야간에만 제한 가동해 왔다.
하지만 시황 개선이 이뤄지지 않자 결국 전면 셧다운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더는 이 시장에서 버틸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며 "지금은 생산량보다 손실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한 국면"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제철도 지난 9일부터 일부 철근 강종의 유통향 출하를 중단한 바 있다.
실행 방식은 다르지만, 두 회사의 결정은 모두 철근 시장에 대한 구조적 위기의식을 반영한 조치로, 업계 전반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장기화한 건설 경기 침체와 원가 상승 압력을 공통으로 꼽고 있다.
철근 수요는 건설경기가 고꾸라지기 시작한 2022년 하반기부터 감소세로 전환된 뒤 최근까지도 반등 없이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산업용 전력 요금 인상과 고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제강사들은 생산할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에 빠졌다.
현재 유통시장 철근 가격은 t당 75만 원 수준으로, 평균 손익분기점(BEP)인 80만 원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통계에도 드러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4월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CBSI)는 74.8로, 기준선인 100을 크게 밑돌았다.
CBSI가 100을 넘으면 전월보다 경기가 나아졌다고 느끼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국내 철근 생산량도 줄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3년 949만t이던 생산량은 올해 779만t으로 약 18% 감소했다.
올해 3월까지 누적 생산량은 173만t에 불과해, 연간 기준 700만t 붕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생산 축소는 단기 수익성 악화를 넘어 중장기적으로 철근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향후 건설 경기가 반등할 경우 수급 불균형과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업계에선 공급자 간 출혈 경쟁을 줄이고, 수출 확대와 비용 절감을 병행하는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시장 점유율을 지킬 이유가 없다"며 "공급 구조를 정비해 적정한 생산과 가격 수준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철근업계 대표들은 비공개 회동을 갖고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동은 일종의 '위기 대응 협의체'로, 수급 조정과 공급 전략 조율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동국제강의 생산중단까지 더해지면서, 이 협의체를 중심으로 한 공동 대응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는 정부 차원의 정책 대응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장 가격 안정과 공급망 붕괴 방지를 위해 유통 구조 개선, 산업용 전력 요금 조정, 철근 수출 확대 지원 등의 대책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근은 공공 인프라와 주택 건설에 필수적인 자재"라며 "시장 붕괴는 철강 산업을 넘어 건설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수급 안정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