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가 수주간 루머로만 떠돌던 프로젝트의 베일을 벗겼다. 르망 24시간 레이스를 앞두고 963 레이스카로 준비 중인 독일 스포츠카 제조업체가 하이퍼카의 원오프 버전 '963 RSP'를 선보인 것이다.
IMSA와 WEC 레이싱 시리즈 우승차를 기반으로 한 이 차량은 50년 전 완성된 전설적인 포르쉐 917에서 영감을 받았다.
완전 도색 레이스카
963 RSP는 기본 버전에서 대폭 변신했다. 화려한 래핑으로 덮인 일반 레이스카와 달리, 이런 종류 차량 중 최초로 완전 도색 처리됐다. 카본과 케블라로 만든 차체는 경량화를 위해 특히 얇게 제작돼 도색 작업자들에겐 큰 도전이었다.
로시 백작의 917에 대한 오마주로 마티니 실버 컬러를 선택했다. 50년 전 로시 백작이 자신의 917에 적용했던 소재에서 영감을 받아 연한 갈색 가죽과 알칸타라로 실내를 마감했다.
외관 디테일도 세심하게 다듬었다. 도어 힌지나 윙 연결부 같은 작은 부품들은 벨벳 블랙으로 처리했고, 후면엔 3D 프린팅한 '963 RSP' 로고를 달았다. 917의 차체 디테일에 맞추려고 레이스 버전에선 보통 열려있는 휠 아치용 벤틸레이션 그릴을 특수 제작했다.
단조 18인치 OZ 레이싱 휠에 미쉐린 레인 타이어를 장착했다. 타이어 측면엔 1970년대 스타일의 미쉐린 로고가 보인다. 공도 주행과 917의 첫 도로 주행 50주년 기념을 위해 번호판 장착 포인트도 마련했다.
럭셔리하게 재탄생한 실내
963 레이스카와 963 RSP의 가장 큰 차이는 실내다. 917의 특별한 인테리어에서 영감받아 부드러운 연한 갈색 가죽과 알칸타라를 조합했다. 레이스카가 편안함을 거의 제공하지 않는 반면, 963 RSP는 훨씬 배려가 깊다.
운전자용 일체형 카본 시트는 가죽으로 덮고 패딩한 시트 중앙부와 헤드레스트를 갖췄다. 레그 서포트와 루프 라이닝, A필러는 알칸타라로 마감했다. 차량 대부분 기능을 조작하는 스티어링 휠은 가죽으로 감쌌다.
세심한 배려로 분리 가능한 3D 프린팅 컵홀더가 포르쉐 텀블러를 고정한다. 운전석 오른쪽엔 헤드셋과 스티어링 휠 보관용 받침대를 마련했다. 차량 시동에 필요한 노트북과 로저 펜스키 전용 맞춤형 레이싱 헬멧도 들어간다.
일반 주행을 위한 특별 튜닝
최적의 도로 성능을 위해 지상고를 최대로 높이고, 조정 가능한 멀티매틱 DSSV 댐퍼를 승차감 향상을 위해 부드럽게 세팅했다. 차량 제어 장치는 측면 방향지시등 기능과 도로 주행용 헤드라이트 최적화를 위해 프로그래밍했다. 휠 아치 커버, 미쉐린 레인 타이어, 경적까지 갖춰 프랑스 당국 요구사항을 충족했다.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고 963 RSP로 첫 도로 주행을 한 티모 베른하르트가 소감을 밝혔다. "공도에서 이 차를 몰면서 옆에 917이 함께하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일반 963보다 조금 더 친근하고 관대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갖춘 V8 하이브리드는 순전기 구동도 가능하지만 기계적 변경은 없었다. 대신 MGU의 출력 특성을 도로 주행용으로 전자적 최적화했다. 파워트레인을 일반 연료 작동용으로도 조정했다.
680마력 V8 하이브리드의 위력
963은 약 680마력을 내는 4.6리터 V8 바이터보 엔진으로 움직인다. RS 스파이더 레이싱 프로그램에서 나온 이 엔진으로 펜스키는 2006~2008년 아메리칸 르망 시리즈 LMP2 클래스 모든 타이틀을 석권했다. 918 스파이더 사용을 위해 3.4리터에서 4.6리터로 확대한 것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최대 800볼트로 작동한다. 배터리는 1.35kWh 용량으로 가속 단계에서 언제든 사용 가능하다. 30~50kW 출력이 단기간 가능하지만 전체 시스템 출력은 바뀌지 않는다.
963 RSP엔 차량에 맞춰 마티니 실버 액센트로 도색한 특별 레이싱 헬멧과 매칭되는 컬러의 스냅온 공구 상자도 함께 제공된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특별한 의미
963 RSP는 단순한 레이스카 개조 프로젝트가 아니다. 50년 전 로시 백작이 917로 보여준 '레이스카도 일상에서 즐길 수 있다'는 철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던 시도가 반세기 만에 최첨단 하이브리드 기술과 만나 되살아났다.
개조를 통해 프랑스 당국의 특별 허가와 "W" 제조업체 번호판으로 공도 주행이 가능했지만, 완전한 도로 승인 차량은 아니다. 원오프로 남을 예정이다.
이 차는 르망 24시간 레이스 기간 전시 후 포르쉐 박물관으로 향한다. 7월 굿우드 페스티벌에서는 50년 전 그 전설적인 917과 나란히 서게 된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순간, 포르쉐가 추구해온 '일상 속 레이싱 스피릿'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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