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난된 장물로 확인된 ‘대명률’(大明律)이 보물로 지정된 지 9년 만에 문화재에서 제외된다.
그동안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상실돼 보물 지정이 ‘해제’된 사례는 있었지만, 보물 지정에서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1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동산문화유산 분과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보물 '대명률'의 지정 취소를 결정했다.
해당 대명률은 경찰 수사 결과 1998년 경주 고택 육신당에서 도난당한 물건으로 밝혀지며 논란이 일었었다.
당시 육신당은 건물 현판, 고서 등 총 81건, 235점의 유물이 사라졌다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했는데, 이 대명률이 그중에 있었던 것이다.
경북 영천에서 사설 박물관을 운영하던 A씨는 2012년 장물 거래를 하는 B씨에게 1500만원을 주고 대명률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대명률이 문화재로 지정되면 10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약속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A씨는 대명률의 문화재 신청을 하면서 ‘선친에게 물려받아 소장하고 있다’고 거짓 내용을 기재했고, 결국 장물로 취득한 이 대명률은 2016년 보물로 지정됐다.
동산문화유산분과위원회는 이번 회의에서 “허위지정유도에 따른 형이 집행됨에 따라 이에 따른 후속 처리를 위한 조치”라며 ‘행정청은 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의 전부나 일부를 소급해 취소할 수 있다’는 등의 행정기본법을 근거로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앞으로 소유자 판단은 법원과 검찰에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도난 당시 대명률을 찍어둔 사진 등이 없어서 도난당한 유물에 대명률이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또한 보물 지정을 처음 취소하는 사례여서 법률 검토, 전적 전문가들 검토 등에도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한국의 물건인 줄 알고 지정했는데 해외 유물로 밝혀지거나, 화재 등으로 문화재 가치가 상실돼 해제된 사례들이 있다”며 “문화재에서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명률은 명나라 태조 주원장이 황제 즉위 1년 전인 1367년 편찬에 착수해 1373년 완성한 형법전이다.
조선시대 국정 운영의 기본 법전이었던 경국대전에는 형법이 없어서, 형을 집행할 때는 대명률에 준해서 국가를 통치했다.
고려 후기 국왕 통치에 참고했던 원나라법전 ‘지정조격’도 보물로 지정된 바 있다.
아주경제=윤주혜 기자 juju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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