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아 두껍아 / 헌 집 줄게 / 새 집 다오"
올해 베네치아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은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이란 주제로 5월9일 개막한다.
17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5년 베니스비엔날레 제19회 국제건축전에서 선보이는 한국관 전시계획안을 공개했다.
정다영 큐레이터는 "전래동요인 ‘두껍아 두껍아’를 은유적 틀로 삼아 풀어나가는 이번 전시는 두꺼비의 의미인 재생과 변화의 상징으로써 한국관을 단순한 ‘화이트 큐브’가 아닌 다층적 의미를 품은 유기체로 바라보며 파빌리온 자체가 가진 생명력을 조명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화이트 큐브는 출입구 외 사방이 막혀있는 미술 전시 공간을 뜻한다.
올해 건축전은 역대 최연소인 30~40대 예술감독과 작가들이 참여했다.
건축전 한국관 전시 예술감독을 맡은 기획집단 씨에이씨(CAC. 정다영, 김희정, 정성규)가 참여 작가 김현종(아뜰리에케이에이치제이), 박희찬(스튜디오히치), 양예나(플라스티크판타스티크), 이다미(플로라앤파우나)와 함께 한국관을 꾸민다.
한국관은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 구역인 자르디니 내에 26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설치됐다.
다만 올해 건축전부터 카타르관이 들어서면서 마지막 국가관이란 타이틀을 내려놓게 됐다.
일본관과 독일관 사이에 자리 잡은 한국관은 건축가 고(故) 김석철과 이탈리아 건축가 프랑코 만쿠조가 함께 설계했다.
여타 국가관 건물이 전시장 형태의 화이트 큐브인 반면 한국관은 철골구조의 비정형 유리 건물로 구성됐다.
건립 당시 부지 내 나무를 손상하면 안 된다는 지침에 따라 건물 안에서 대지의 나무를 볼 수 있는 독특한 구조도 엿보인다.
올해 한국관은 지난 30년의 역사를 돌아보는 한편, 기후위기와 같은 전지구적 위기 상황에 다수 국가가 연합해 공동 대처하는 공존 가능성을 제시한다.
한국관은 건축물의 설계자 이름이나 완공일 같은 기본 정보를 명패처럼 만들어 한국관이 이어온 30년 역사를 소개함과 동시에 4명 작가가 새롭게 조명하는 이야기에 주목한다.
이다미 작가는 한국관 인근에 터를 잡은 고양이 루카 등 다양한 존재를 내세워 공존하는 한국관의 의미를 부각한다.
양예나 작가는 수천만년 전 땅 속에 묻힌 가상의 땅 수호신을 소환해 원초적 시간과의 공명을 시도한다.
박희찬 작가는 나무에 반응하는 건축 장치를 고안해, 매년 비엔날레에 드나드는 사람들 가운데 변하지 않는 나무란 존재에 주목한다.
한국관을 비롯해 모든 국가관이 공유하는 물리적 컨텍스트로서의 나무의 존재를 강조하는 의미도 지닌다.
김현종 작가는 여타 국가관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옥상 공간에 바다를 향해 돛을 편 듯한 조형물을 만들어 모든 국가관이 같은 하늘과 바다를 공유한다는 의미를 표현한다.
한국관 공식 개막식은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개막 하루 전인 5월 9일 오후 2시(현지시간)에 열린다.
개막일에는 한국관의 역사적 의의를 탐구하는 건축 포럼도 열린다.
포럼에는 한국관 공동설계자인 만쿠조를 비롯해 2014년 건축전에서 한국관 커미셔너(최고 운영 책임자)를 맡아 황금사자상을 받은 건축가 조민석·김종성 등이 참여한다.
건축전(미술전과 격년 진행)으로 치러지는 올해 베니스비엔날레는 5월10일 개막해 11월23일까지 약 6개월간 계속된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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