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폭탄 줄줄이 발효… 반도체 관세도 “곧”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4-06 05:30:22

내주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 세트’가 대거 현실화된다.
3일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가 부과된 데 이어 5일에는 모든 국가에 10% 기본관세가 매겨진다.
9일에는 한국 25%를 포함해 60여개의 ‘최악의 침해국’에 고율의 상호관세까지 더해진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관세 도입도 “아주 곧” 실시하겠다고 밝혀 한국 경제가 넘어야 할 파고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가 정식 발효된 3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산 수입품에 25%의 상호관세 부과도 발표했다. 연합뉴스

◆자동차·기본·상호관세 3종 세트 발효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토대로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baseline) 관세를 5일(현지시간)부터 부과한다.
이미 앞서 3일부터 모든 외국산 자동차와 핵심부품에 25%의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미국이 많은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60여개 국가는 ‘최악의 침해국’으로 따로 부여해 국가별로 차등화된 개별관세를 9일부터 부과한다.
한국에는 25%의 상호관세가 부과된다.
이외 주요국의 상호관세율은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등이다.


이미 품목 관세가 부과된 철강 및 알루미늄(25%), 자동차(25%)와 향후 부과할 반도체 및 의약품 등은 상호관세 대상에서는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반도체(관세)가 아주 곧 시작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는 “제약(관세)은 별개의 범주”라면서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발표할 것이며, 현재 검토 과정에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에 이어 반도체까지 한국의 대미 수출 1, 2위 품목이 모두 ‘트럼프 관세폭풍’에 휘말리게 됐다.
전문가들은 상호관세가 협상을 통해 깎일 가능성이 있는 반면 품목별 관세는 그럴 여지가 적다고 내다본다.

전날 한국경제인협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트럼프 상호관세,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자동차, 철강, 바이오 등 주요 업종별 관세에 정말 진심”이라며 “제조업 보호와 미·중 패권 경쟁 차원에서 구조적으로 미국의 경제 체질을 바꾸겠다는 진심의 의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 선임연구위원은 “백악관에서는 상호관세에 대해 협상할 수 있다고 문을 열어뒀지만 업종별 관세에 있어서는 협상 여지가 없고 예외도 없다라고 원칙적으로 밝혔다”며 “이는 상호관세와 업종별 관세의 목적·방식에 차이를 두고 있다고 이해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수입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3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지난달 26일 발표한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도 이날 정식 발효됐다. 연합뉴스

◆정부 “다음주 자동차 대책 마련”

한국은 수출의 두 축인 자동차와 반도체에 대한 관세에 대응하면서 상호관세 협상에 전략적으로 나서는 과제를 안게 됐다.
통상 전문가들은 상호관세를 ‘트럼프의 시험문제’로 해석한다.
처음부터 충격적인 수를 둬서 상대의 기를 잔뜩 죽인 후 협상장으로 끌어들이는 트럼프식 거래 방식이 이제 시작됐다는 것이다.
여 선임연구위원은 “이제 협상의 시작점일 뿐 종착점은 아니기에 감정적으로, 성급하게 대응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도 “잘하면 우리에게 기회가 되는 협상 기회를 가져올 수도 있다”며 “‘민관 합동 원팀 코리아’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지금부터 향후 2∼3개월, 길게 보면 1∼2년간 미국과 협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민관 원팀이 정확한 기획과 판단, 톱니바퀴 같은 준비를 통해 미국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자칫 기업별로 대미 투자를 약속하다 보면 1∼2년 지난 후 우리가 내줄 건 순차적으로 다 주고 마지막에 보상을 못 받는 상황이 되는 게 가장 큰 리스크”라고 우려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서울 총리공관에서 대한상의, 삼성?SK?현대차?LG 등 기업 통상담당 임원들과 민관합동으로 제3차 경제안보전략 TF 회의를 열고 “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대미협상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 권한대행은 “오늘부터 관세가 적용되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대책을 다음 주까지 마련하여 발표하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중소?중견기업 등 취약 부문과 업종에 대한 대책도 신속히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관세 영향이 큰 업종의 주요 기업과 긴급 릴레이 대책회의를 연다.
4일 가전·디스플레이, 기계 업종과 머리를 맞댄 데 이어 7일에는 이차전지, 석유화학, 섬유업종 대책회의를 개최한다.
4일 긴급 회의에서 기업들은 미 관세조치로 인해 대미 수출 감소 등 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베트남, 태국 등 해외 생산기지에서 생산된 제품의 대미 수출 피해, 제3국 시장에서의 경쟁 격화 등을 우려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