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불안·내수 부진 여전… 경기 부양 나서야”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4-06 21:00:00

尹파면 이후… 전문가들 제언
“수많은 불확실성 중 하나 없어졌을 뿐”
미국발 관세 위협에 환율 변동성 우려
“한은 추가 기준금리 인하도 어려울 듯”
성장률은 3분기 연속 0%대 발 묶여
“바로 성과 낼 수 있는 추경 서둘러야
경제 더 안 좋아져 15조 규모는 돼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으로 우리 경제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던 불확실성 하나가 사라졌다.
그러나 내수 부진과 비상계엄 후유증이 장기화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대에 묶여 3분기 연속 세계 주요국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보여 이달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며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6일 서울 명동의 한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 등 시세가 안내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된 지난4일 원달러 환율은 오후3시30분 기준 32.9원 내린 1,434.1원을 나타내는 등 달러 약세에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효과 등이 더해지며 2년 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뉴스1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한 지난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32.9원 내린 1434.1원에 주간거래(오후 3시30분)를 마쳤다.
이는 2월26일(1433.1원) 이후 최저 수준이며, 환율 하락폭 기준으로는 2022년 11월11일(59.1원) 이후 가장 컸다.

1월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계엄 선포 후 환율 상승분 70원 중 30원은 정치 불확실성 탓”이라던 이창용 한은 총재 분석대로 탄핵 불확실성이 사라진 날 환율이 30원 이상 떨어진 것이다.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한 달러 약세까지 겹친 영향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우려에 야간거래에서 환율은 26.9원 튀어오르며 1461.0원으로 되돌림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원화가 강세를 보이겠지만, 미국발 상호관세로 인한 환율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6일 “정치적 리스크 해소로 원화 강세 압력이 확대되고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 유입이 강화되면 환율은 1440원대까지 하락 안정되고 추가 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경제학부)는 “수많은 불확실성 중 하나가 없어졌을 뿐이어서 당장은 환율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여야와 정부가 (조기 대선 전까지) 향후 두 달을 어떻게 수습하냐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내수 부진에 비상계엄 사태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렀다.

한은에 따르면 콜롬비아·리투아니아를 제외한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중국을 더해 작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0.066%로 전체 37개국 중 29위로 집계됐다.
한은은 지난달 5일 ‘2024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치)’ 발표 당시 4분기 성장률을 0.1%로 공개했지만, 반올림 전 실제 수치는 0.06%대로, 역(-)성장을 겨우 피한 수준이었다.

1∼5위 아일랜드(3.613%)·덴마크(1.849%)·튀르키예(1.688%)·중국(1.600%)·포르투갈(1.542%)은 1%를 훌쩍 넘었고, 경제 규모가 훨씬 더 큰 미국(0.607%·17위)과 일본(0.556%·20위)도 우리나라보다 높았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뉴스1

우리나라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1.3%)만 해도 중국(1.5%)에 이어 6위였지만 곧바로 2분기에 역성장(-0.228%)을 기록하며 32위로 추락했고, 3분기(0.1%)에도 26위에 그쳤다.
12월 계엄과 탄핵 정국까지 이어지자 내수는 더 위축됐고, 4분기 역시 0%대 성장률과 30위 안팎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일각에선 경기부양을 위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7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성장률이나 원·달러 환율의 하락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를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과)는 “금리를 내리면 미국과 금리 차가 커져 환율이 불안해지는 반면 원하는 곳에 혜택이 돌아가는 타기팅 효과가 작다”면서 “지금은 야당이 추경을 하자고 하는 상황이어서 오히려 추경이 정책 시차가 짧고 성과도 바로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분기가 지났는데 신속 집행 효과가 거의 없었다.
뒤늦게 추경에 나서더라도 경제가 (더) 안 좋아졌기 때문에 10조원으로는 안 되고 우선 15조원 규모로 하고 조기 대선 결과에 따라 새 정부가 추가로 해야 할 것”이라며 “추경의 규모보다도 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수미 선임기자·윤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