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거리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던 일본 여행이 최근 급격히 주춤하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여행 수요가 엔화의 강세로 인해 급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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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교원투어의 5월 황금연휴(1~6일) 출발 기준 일본 여행 예약률은 전년 대비 45%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약 순위 역시 베트남, 유럽, 태국, 중국에 이어 5위에 그치며 하락세가 뚜렷하다.
올해 국가별 예약 비중은 △베트남(18.7%) △유럽(17.2%) △태국(14.4%) △중국(11.7%) △일본(9.3%) 순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일본 비중(13.1%)에 비해 크게 줄었다.
지난 2년간 이어진 엔화 약세(850~910원대)는 일본 여행 붐을 이끌었다.
특히 올해 설 연휴에는 일본이 해외 여행지 중 1순위로 떠오르며 여행객 27만6237명이 일본으로 출국했다.
지난해 설 연휴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97만9042명으로, 역대 월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로 출국한 일본인 여행자 수(91만2325명)를 상회하는 수치로, 일본 내 한국인 관광 수요가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방증한다.
하지만 이 같은 열기는 환율이 반등하면서 빠르게 식고 있다.
지난 2월 원·엔 환율이 970원대를 넘긴 데 이어, 4월 4일에는 마침내 1000원 선을 돌파했다.
9일에는 1025원대까지 올랐다가 10일 오후 들어 992원대로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엔화 약세가 항공권, 숙박, 쇼핑 등 전반적인 경비를 줄여주는 ‘가성비 여행지’로서의 일본의 경쟁력을 뒷받침해 왔다는 점에서, 환율 변화는 일본 여행 수요 위축의 직접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81만5231명으로, 1월(93만5815명) 대비 12.9% 감소했다.
이는 단순한 계절적 요인이라 보기 어려운 뚜렷한 하락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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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항공 검색 기준 4월 18일 출발 20일 복귀 일정의 2박 3일 일본 왕복 항공권 가격은 ‘인천~오사카’ 36만6400원, ‘인천~도쿄’ 39만2200원부터 시작한다.
이는 최근 2주간 최저가 평균 대비 각각 58%, 44%나 오른 수준이다.
여기에 일본이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 문제에 대응해 관광세 인상 등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여행 수요를 억제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현재 1000엔인 출국세를 5000엔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주요 관광지 입장료 인상과 함께 지방자치단체들이 외국인 대상 숙박세를 신설하거나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본 여행 시장의 변화를 ‘전환점’으로 해석한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일본 여행 시장은 ‘엔저 효과’ 덕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현재는 환율 상승과 물가 부담이 겹치며 수요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며 “항공권 가격 급등과 관광세 인상 움직임은 소비자 입장에서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이 그간 유지해 온 ‘가성비 여행지’ 이미지가 약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은 동남아시아나 유럽, 중국 등으로 수요가 분산되고 있다”며 “앞으로 일본 관광 시장은 단기적으로 조정기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엔화 환율 안정 여부와 정부의 관광 정책 변화가 수요 회복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일본 관광산업이 단순한 저가 여행지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전략 또는 덜 알려진 틈새 지역 개발 등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제는 양적 성장보다 질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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