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의 절반 이상이 올해 부동산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대신 금융상품에 투자하겠다고 답한 부자들이 많았으며, 특히 금과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올해도 가상자산 투자를 지속할 것이란 응답도 과반 이상 차지했다.
또 '영리치(40대 이하 부자)' 일수록 적극적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를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올해로 발간 17년째로, 부자의 자산관리 방식 외 영리치의 자산관리와 지난해 말 치러진 미국 대선 이후 한층 관심이 높아진 가상자산 투자 행태를 심층 분석했다.
올해 부자의 절반 이상이 실물경기와 부동산 경기 모두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경기 전망이 어둡다 보니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에도 소극적이었으며, 조정 의향이 있는 경우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금융자산 중에서는 예금(40.4%)을 제외하고 올해 투자 의향이 가장 높은 자산으로는 금(32.2%)을 꼽았다.
다음으로는 금리인하시 가격이 상승하는 채권(32.0%)에 대한 수요가 높았는데, 아직 채권 투자를 하고 있지 않은 부자들도 새롭게 투자를 시작할 것이라는 응답이 타 상품대비 높은 특징을 보였다.
이어 ETF(29.2%)가 3위를 차지했다.
주식(29.0%)을 통한 직접투자 의향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올해 부자들의 부동산 투자 의향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조사됐다.
2025년 부자의 부동산 매수 의향은 44%로 전년(50%) 대비 하락했고, 매도 의향은 34%로 전년(31%) 대비 상승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이는 시장의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다음 기회를 탐색하거나, 금융 투자를 다양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며 "그동안 부동산을 활용해 부를 증식해온 부자들이 올해는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해석했다.
부자들은 투자 측면에서 가상자산(코인)에 대해 '위험성'에는 동의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는 자산규모나 연령과 무관하게 공통된 인식으로 조사됐다.
금융자산 1억원 이상을 보유한 '대중부유층'과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가상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최근 3년간 연평균 15%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부유층의 1/3은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상자산 투자자의 34%는 4종 이상 코인을 보유해 과거보다 보유 코인 수가 늘었고, 목돈을 투자하기보다는 수시로 매입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또 가상자산에 1000만원 이상을 투자하는 부유층의 비율이 70%를 넘었고, 평균 투자액은 과거 투자자보다 2배 이상 많아졌다.
현재 가상자산 투자자 10명 중 5~6명은 올해도 투자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응답했다.
3명은 중도, 투자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1명에 불과했다.
가상자산에 투자하거나 관심을 갖는 이유는 '수익률'이 절대적이었다.
이 밖에 투자 접근성, 우호적 환경 등 성장 가능성 등의 이유로 투자하겠다는 응답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윤선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부자가 가상자산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은 해당 영역의 성숙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거래 손님을 연령과 자산규모로 분류한 결과 최근 5년간 영리치 손님 수는 평균 6% 이상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드리치(50대 이상) 손님 대비 2배가 넘는 가파른 증가세다.
영리치는 금융자산의 42%를 투자자산으로 운용하고 있었으며, 레버리지를 활용해서라도 투자하려는 의지(21%)를 보였다.
특히 영리치가 주식투자를 시작한 시점은 올드리치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영리치의 25%가 '미성년~취업 전 주식투자를 시작했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올드리치(5%)의 5배 수준이다.
또한 주식을 시작한 계기를 살펴보면 영리치는 투자 목표 실현을 위해, 투자금 형성 후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주식을 선택하는 필수 투자상품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이는 투자경기가 호황이어서 혹은 가족의 권유로 주식을 시작한 올드리치와 대조적이다.
영리치가 보유한 금융상품 중 올드리치에 비해 단연 돋보이는 자산은 '주식'이었다.
영리치 10명 중 8명이 주식을 보유했고, 이는 올드리치보다 1.2배 높은 수준이다.
영리치는 해외주식을 선호해 국내외 투자 비중이 국내 70%대 해외 30%로, 올드 리치(80:20)보다 해외투자 비중을 높게 유지하고 있었다.
영리치는 올해 해외주식 비중을 40%까지 늘릴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영리치는 금, 예술품 등 실물자산에도 올드리치보다 높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2024년 말 기준 영리치의 실물자산 보유율은 41%로 나타났다.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영리치는 '위험하지만 도전해볼만한 새로운 투자영역'이라고 인식해 올드리치의 약 3배 수준으로 가상자산을 보유(29%)하고 있었다.
황선경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부자들의 금융투자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영리치'가 있다"며 "이들은 가상자산 투자를 비롯해 투자 트렌드를 주도하고 올드리치보다 금융을 활용해 자산을 증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영리치들은 앞으로도 똑똑하게 환경을 읽어내고 자기 신념에 기반한 금융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부의 미래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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