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확정·발표날 철회 공시
구주매출 비중·중복상장 논란 등에 기관 흥행 실패 평가도
 |
| 김원종 DN솔루션즈 대표이사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기업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DN솔루션즈 |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조단위 기업공개(IPO) 대어로 평가받던 DN솔루션즈(옛 두산공작기계)가 돌연 상장 절차를 중단했다. 기관 수요예측까지 마친 지 3일 만이다. DN솔루션즈는 증시 여건이 나아지면 상장 준비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나, 시장에서는 안정적인 실적을 물론 IPO 기자간담회까지 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낸 DN솔루션즈가 돌연 상장 철회를 결정한 배경에 관심을 보내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N솔루션즈는 지난달 30일 오후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대한 철회신고서를 당국에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공모가 희망범위를 6만5000원~8만9700원으로 설정해 기관 투자자들의 평가를 받은 DN솔루션즈는 오는 7일부터 이틀간 일반 투자자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상장 후 기업가치는 5조원대로 평가됐으며, 공모를 통해 마련한 자금은 지난해 호실적을 기반으로 자동화 사업 혁신, 디지털 전환 가속화, 고객 확장 등에 사용할 계획도 드러내 왔다.
특히 DN솔루션즈는 IPO 준비 단계에서 흥행에 자신감을 꾸준히 드러내 왔다. 지난달 25일 100명 안팎을 초청할 수 있어 IPO 준비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행사장인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 스튜디오에서 IPO 기자간담회를 연 것도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만큼 DN솔루션즈의 상장을 긍정적으로 내다본 투자자들의 관심도도 높았다.
안정적인 실적 흐름도 긍정 신호에 힘을 보탰다. 공장 자동화 설비에 필요한 공작기계나 자동화 솔루션을 제조해 판매하는 공작기계업체인 DN솔루션즈는 지난해 영업이익 4105억원, 순이익 2991억원을 따내면서 상장 적기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매출 역시 2022년 매출액 2조1763억원, 2023년 2조1023억원, 2024년 2조1120억원 등 3년 연속 2조원대를 기록해 왔다. 내수보다 해외 수출 비중이 80%에 달하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관세 여파 또한 산업 특성상 회사가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인식도 일부 깔렸다.
김원종 DN솔루션즈 대표이사의 표정도 밝았다. 김 대표는 간담회에서 "DN솔루션즈는 전기차, 반도체, 항공, 우주, 방산, 에너지, 조선 등 최첨단 수요 산업을 분야별로 깊이 이해하고 있다. 이 점이 우리가 갖고 있는 경쟁력의 원천"이라며 "앞으로는 전통적인 공작기계를 넘어 오토메이션 플랫폼이나 적층 제조 장비처럼 수요 산업의 공정 전반을 혁신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하겠다. 기관 수요예측도 나름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DN솔루션즈는 5일간 진행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마친 후 최종 공모가를 확정·발표하는 날인 30일 철회 공시를 냈다. DN솔루션즈는 대내외 금융 시장 환경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회사 가치가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해 상장을 철회했다고 공시했으나 의문을 남기고 있다.
 |
| DN솔루션즈는 지난달 30일 코스피 상장에 대한 철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DN솔루션즈 |
이에 시장에서는 DN솔루션즈의 상장 철회 배경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높은 구주매출 비중과 중복상장 논란 등이 발목을 잡았다고 보는 시각도 나온다. 이에 상장 철회를 통해 공개되지 않았으나, DN솔루션즈의 기관 수요예측 결과가 공모가에 미치지 못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DN솔루션즈가 IPO를 통해 모집하는 신주는 757만6594주다. 이는 전체 IPO 모집주인 1753만7000주의 43.2%에 불과하다. 나머지 996만406주(56.8%)가 구주매출 물량이다. 상장사의 구주매출 비중이 높으면 상장 자금이 회사에 온전하게 재투자되는 것보다 기존 주주들의 자금 회수 목적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IPO 흥행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DN솔루션즈의 구주매출이 높은 이유는 우선 최대주주인 지엠티홀딩스가 모기업인 DN그룹의 핵심 계열사 DN오토모티브가 100% 소유한 특수목적법인(SPC)라는 점이다. DN그룹은 2016년 두산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두산공작기계를 2022년 2조1000억원가량에 사들이면서 100% 인수회사 지엠티홀딩스를 설립했다. 이후 사명을 DN솔루션즈로 바꾸고 투자 유치 과정에서 84.8%까지 지분율을 줄였으나, 재무적투자자(FI)가 대량 발생했고 대부분이 DN솔루션즈의 IPO와 함께 보유 지분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지배회사인 DN오토모티브는 지난해 10월 8일 코스피에 입성한 상장사다. 사실상 100% 자회사인 DN솔루션즈가 상장되면 양사의 기업가치가 분산돼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해석도 배제하기 어렵다. 김 대표는 간담회 자리에서 DN오토모티브와 하는 일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기업가치는 별개라고 자신했으나 중복상장 논란도 기관 수요예측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적이나 사업성을 제외해도 증시 분위기는 물론 구주매출이나 중복상장 논란, 비교기업에 비해 다소 높은 공모가 밴드 등이 기관 투자자들의 보수적 접근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구주매출 비중이 50%에 달한 LG CNS도 공모가는 상단으로 결정됐으나 상장 후 주가 흐름이 양호하지 못했다"면서도 "이번 상장을 준비하면서 신규 FI들과 맺은 상장 기한은 2027년이다. 아직 2년 여가 남은 만큼 리스크를 줄이고 유의미한 성과를 어필할 수 있는 시기가 오면 재상장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