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패권 경쟁 속 조선업 재건에 힘주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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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필린 미 해군성 장관은 지난달 30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사업장과 경남 거제 한화오션 사업장을 연이어 방문해 방명록에 ‘브라보 줄루(Bravo Zulu)’라고 적었다. 사진은 필린 장관이 HD현대중공업 정조대왕함에 승선해 서명한 방명록 모습. /HD현대 |
[더팩트ㅣ정리=이한림 기자] 대통령 탄핵 후 대통령 권한대행과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인 경제부총리까지 사퇴하면서 국정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바통은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어받았습니다. 차기 대통령 선거까지 한 달여가 남은 가운데, 정치계는 물론 경제 수장마저 잃은 정부 경제팀과 재계나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형국입니다.
33일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이주호 대행의 당면 과제는 수두룩한데요. 갈수록 지표가 악화하고 있는 내수를 회복해야 하는 문제에 더해 전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미국 상호관세와 관련한 대책 마련도 급선무로 풀이됩니다.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조치 만료일은 오는 7월 8일인데요. 대미 통상 전략 수립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와중에 존 필린 미국 해군성 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이 연이어 내한해 국내 기업인들을 만난 만큼 새롭게 바뀐 경제 수장과 국내 경제계가 합심해 대미 소통의 지렛대 역할을 해낼지도 기대를 모읍니다. 이어서 아워홈 인수전에 직접 나선 한화 일가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의 소식도 들어보겠습니다.
◆ 존 필린 장관,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서 "브라보 줄루"
-조선업계 소식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존 필린 미국 해군성 장관이 지난달 30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사업장을 나란히 방문했네요.
-MSD 캐피털 설립자인 기업가 출신 존 필린 미국 해군성 장관은 지난달 30일 방한해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만난 뒤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차례로 방문했습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각각 필린 장관에게 사업장을 소개하며 한미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직접 조선업 협력을 한국 정부에 요청하는 등 미국 구애가 상당한 모양새네요.
-그렇습니다.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중국과 한국 비중이 큰 상황에서 미국으로서는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을 견제하고자 한국에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전인 지난해 2월에도 당시 카를로스 델 토로 해군성 장관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사업장을 방문했는데요. 실제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국내 최초로 수주했습니다.
-기업가 출신 필린 장관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사업장에서 정 수석부회장과 김 부회장과 무엇을 논의했나요?
-아직 MRO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HD현대중공업 사업장에서 필린 장관은 협력을 통해 미국 해군 함정 성능이 향상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정 수석부회장은 미국 '조선산업 재건'에 힘을 보태겠다고 했습니다. 필린 장관은 한화오션 사업장에서 정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의지를 굳건히 하는 초석이라고 했습니다. 김 부회장은 '가장 신뢰할 파트너'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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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사진부터)필린 장관이 HD현대중공업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에 승선해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는 모습·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 첫 번째)이 필린 장관(오른쪽 두 번째)에게 선박 블록 조립공장을 소개하는 모습. /각 HD현대·한화 |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조선업 재건을 도모하는 '미국의 해양 지배력 회복' 행정명령에 서명한 상황에서 조선업 협력이 한미 통상 협의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겠네요.
-맞습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당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및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및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진행한 한미 2+2 통상 협의에서도 조선업 협력이 한국 측 카드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세 폐지를 목표로 하는 한국 정부에게는 큰 힘인 셈입니다.
-양국 협의를 지켜봐야겠지만, 조선업 협력으로 어떤 부분이 언급되고 있나요?
-지난해 2척 MRO 사업을 수주한 한화오션은 올해 5~6척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향후 전투함, 항공모함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정비를 거쳐 본격적인 신조 사업 수주도 노린다는 방침이다. HD현대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손을 잡았습니다. 현지 생산성 향상과 인력 양성에 힘을 보탤 예정입니다.
-미국 의회가 최근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을 재발의한 것도 한국 조선업계에 호재로 다가올 수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지난달 30일 발의된 해당 법안은 미국에서 만든 국제 상선을 향후 10년 안에 80척에서 250척으로 늘리는 전략상선단을 운용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 수출 물량 일정 비율을 자국 국적 선박으로 운송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등 우방국과 선박을 건조하는 방안 등이 언급돼 호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조선업 협력이 통상 협상 지렛대로 올라왔는데 국내 정치 상황은 다소 아쉬운 부분으로 보이네요.
-베센트 장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한국과의 관세 협상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며 (한국 대통령) 선거 전 무역협정 기본 틀을 마련해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을 보여주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최상목 전 부총리는 국내용 발언이라고 일축했는데요. 한덕수 전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최상목 전 부총리가 사퇴하며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한국 조선업이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았다는 평가도 나온 상황인데 기회를 잘 살리도록 기업과 정부 모두 노력해야겠네요.
-필린 장관은 HD현대와 한화 사업장을 각 방문하고 방명록에 공통으로 해군에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나 칭찬인 '브라보 줄루(Bravo Zulu)'라는 말을 적었습니다. HD현대에서는 선박 건조·일정이 체계적으로 관리된 점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화에서는 자동화 공정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기업이 성과를 내도록 정치권은 리스크가 아닌 든든한 방패막이 역할을 해야겠습니다.
☞<하>편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