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보험설계사의 부당승환(보험 갈아타기)을 줄이기 위해 설계사 위촉과 불완전판매 리스크 관련 '내부통제 3종세트'를 쏟아냈다.
하지만 설계사 판매수수료 체계를 바꾸는 핵심 개혁안은 GA 반발에 밀려 도입이 유예되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과 생명·손해보험, GA협회에 따르면 금감원은 3개 협회에 설계사 위촉 절차를 규정한 '위촉 가이드라인'을 지난달 말 내려보냈다.
이달 초부터 3개 협회는 가입사에 위촉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있다.
사고 친 전력이 있는 설계사들이 업계를 돌고 도는 관행을 막는다는 취지다.
현행법상 보험사기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설계사여도 3년만 지나면 재취업이 가능하다.
금감원이 지난 3월 말 발표한 보험사·GA 105곳 설계사 위촉 통제 실태 조사 자료를 보면 73곳(69.5%)은 제재 이력이 있는 설계사를 위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 같은 위촉 관행이 부당승환의 온상이 됐다고 판단했다.
다음 달 말에는 '보험사 제3자 리스크 관리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계획이다.
GA의 불완전판매율, 민원 건수, 제재 이력 등을 보험사가 관리하도록 하고, 소홀히 할 경우 보험사에도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이다.
하반기에는 'GA 운영위험 평가제도'를 잇따라 신설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월 말 개최한 제6차 보험개혁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위험 평가제도는 보험사들이 상품 판매를 위탁한 GA의 보험계약 유지율, 불완전판매율, 수수료 정책 등을 평가해 1~5등급으로 차등화한 뒤 등급이 낮은 보험사에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요구자본 등을 추가 적립하도록 하는 제도다.
종합하면 GA는 물론 보험사에도 적용되는 내부통제 3종 세트를 내놓는 것이다.
업계는 내부통제 개혁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설계사 모집질서 문란행위 개혁의 또 다른 축인 판매수수료 개편은 좌초돼서다.
금감원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2차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안 설명회'를 열고 수수료 7년 분할 지급안 적용 시점을 2029년으로 유예한다고 밝혔다.
계획보다 1년6개월 미뤘다.
그동안 판매수수료는 보험계약 체결 1~2년 내에 집중 지급돼 왔다.
설계사들이 단기 실적만 채우고 계약 유지에는 소홀해지는 구조여서 부당승환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설계사들이 실적을 쌓기 위해 무리하게 가입자에게 보험을 갈아타게 한 뒤 병원·브로커 등과 공모하거나 직접 브로커 노릇을 하는 조직적인 사기로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수수료 장기 분급을 통해 설계사 부당승환을 줄여나간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GA의 강한 반발에 이를 유보했다.
당국이 계획했던 내부통제-수수료 개혁 '쌍끌이' 전략도 힘을 잃게 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GA 반발로 수수료 개편 방안 동력이 약해졌다는 지적에 대해 "수수료 장기 분할 지급 과정이 정착되기까지는 중장기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말을 아꼈다.
GA업계는 보험사 전속 설계사보다 GA 소속 설계사들이 불완전판매를 더 많이 하는 것도 아닌데 지나치게 강한 규제를 받는다고 반발했다.
GA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전속 설계사와 GA 설계사의 2년 차 계약 유지율은 대등한 수준인데 GA만 과도한 규제를 받는다"며 "보험사가 GA를 직접 관리하는 것은 과도한 사적 영역 침해"라고 항변했다.
실제로 금감원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지난해 판매채널별 보험계약 2년 유지율을 보면 GA 설계사는 70.8%, 보험사 전속 설계사는 68.7%였다.
생·손보사들도 일부 GA 소속 설계사의 일탈 때문에 보험업권 전체가 무거운 부담을 지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GA 소속 설계사 내부통제 의무를 업권 전체에 적용할 경우 규제만 늘고 제재 효과는 낮을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원수사(보험사) 입장에서는 GA 소속 설계사가 매출을 늘려주는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며 "감독당국이 할 일인데 원수사 책임으로 비치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개편 없이 내부통제만 강화하면 개혁의 핵심인 보험계약 유지율 제고, 불완전판매 감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실효성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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