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상법 개정안을 두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입장 차이를 드러내며 충돌한 일에 대해 "기관장과 기관장의 관계에 있어서 리더십이 조금 부족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7일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장이 상법 개정안을 놓고 직을 걸었던 과정에서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지금 여러 부처와 기관이 권한대행 체제인 상황에서 '금융당국까지?'라는 생각이 강했다"라고 밝혔다.
당시 금감원장의 발언에 대해 불편했음을 고백한 것이다.
그는 "제가 대응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키웠다고) 느꼈다면 저의 기관장으로서의, 기관장과 기관장의 관계에 있어서 리더십이 부족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면서 불거졌다.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및 국무총리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의사를 밝히자 이 원장은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후 이 원장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금은 어떤 법이 더 맞느냐가 아니고 이미 법이 통과된 상황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재차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반대했다.
같은 날 김 위원장은 "상법 개정안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우선했으면 좋겠다거나 자본시장법과 함께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말해왔다"며 금감원장과 각을 세웠다.
이에 이 원장은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안 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금융위에 발송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 원장은 이례적으로 F4 회의에 불참해 금융위 리더십에 대한 뒷말도 나왔다.
다만 김 위원장은 금융위와 금감원의 관계에는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기관 대 기관으로의 관계는 굉장히 협조가 잘 되고 있다"며 "금융위의 리더십이 발휘되고 있다고 느꼈고, 그렇게 보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언급되는 금융당국 조직 개편에 대해 "금융위원장이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개인적인 생각은 기관 간에 어떻게 운용을 잘 할 것이냐는 부분에서 서로 조금씩 조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은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현재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안정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불확실성이 커질텐데, 정치적 일정과 관계없이 우리 금융시장과 국민들의 삶은 매일 일어난다"며 "금융위는 여러 불확실성 속에서 그나마 안정감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