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불황에 허리띠 졸라매는 석화업계, '명예퇴직'에 '사택 정리'까지더팩트 기사제공: 2025-05-09 00:06:04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장기화되는 불황 속에서 비용 절감과 허리띠 졸라매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장기화되는 불황 속에서 비용 절감과 허리띠 졸라매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경기침체로 비상경영을 이어가면서 생산직 장기 근속자 등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진행하고 사택 일부를 폐쇄하는 등 최대한 비용을 아끼려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최근 울산공장 생산직 장기 근속자 등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으로 인력 감축 대상에 생산직까지 포함됐다. 그간 롯데케미칼은 조직 슬림화를 위해 미등기 임원 수를 2022년 102명에서 2023년 95명, 지난해 말 78명으로 줄이며 임원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지만 생산직까지 포함된 건 처음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울산 공장에서 일부 생산 라인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퇴직할 나이가 된 일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수년간 누적된 중국발 공급과잉이 초래한 업황 불황에 롯데케미칼이 인력을 줄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S&P 글로벌은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이 심각한 공급과잉에 직면해 2029년 이후에야 점진적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며 "생존을 위해 에너지 최적화, 원료 유연성 향상, 스페셜티 제품 포트폴리오를 위한 명확한 로드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다른 석유화학 기업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LG화학은 최근 전남 여수 지역 사택 일부를 폐쇄 후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 여수시 안산과 도원, 소호 3곳에 분산된 사택 중 안산동만 기숙사 형태로 유지하고 나머지 사택은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사택을 40여년 전에 지어 노후화돼 뭐든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누구나 와서 살고 싶어하는 곳이 아닌 만큼 다양한 운영 효율화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장기화되는 불황 속에서 비용 절감과 허리띠 졸라매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LG화학 여수 CNT 1·2·3공장 전경. /LG화학

이번 결정은 불황 장기화에 따른 비용 절감과 현금 창출을 위한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여수 사택 통폐합 외에도 선제적인 현금 확보를 위해 워터솔루션 사업 부문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의 워터솔루션 사업 부문은 바닷물을 산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게 정화하는 역삼투막(RO멤브레인) 필터를 제조한다. 지난해 매출액 약 25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약 650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 미국 나노H20 인수를 통해 확보한 기술 등을 기반으로 청주공장 설비 등 생산 능력을 갖추면서 세계 2위로 성장했다.

앞으로도 석유화학 기업들의 사업 매각 움직임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 사장은 지난달 30일 컨퍼런스콜에서 사업 매각 가능성에 대해 "경쟁력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성장이 정체되거나 경쟁력이 저하되거나 혹은 앞으로 저하될 가능성이 있거나 또는 당사 사업과 시너지가 부족한 영역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웃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전체적으로 포트폴리오 인앤아웃은 지금과 같이 좀더 활발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실적이 부진한 범용 중심의 체질을 개선해 스페셜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자구책도 펴고 있다.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의도다.

롯데케미칼은 포트폴리오 고도화 작업을 통해 현재 66% 수준의 기초소재 비중을 2030년에는 30%까지 낮춰 스페셜티가 중심이 되는 사업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양그룹도 화학그룹 체질 개선에 나서며 스페셜티와 글로벌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다소 개선됐다고는 해도 적자 폭이 감소한 정도라 불황을 이겨내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zz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