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법인 수입보험료·순이익 감소…캐롯도 한화손보에 '흡수합병'
경영능력 시험대 위기…한화생명 지분도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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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생명의 해외사업에서 손실이 나타나면서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SO) 겸 사장의 경영능력 입증이 더욱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화생명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한화그룹의 금융계열사 승계를 앞둔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SO) 겸 사장의 해외사업 순이익도 감소세에 돌아서면서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했다. 과거 김 사장이 주도한 캐롯손해보험 역시 지난 6년간 적자를 지속해오다 수천억원의 손실을 내고 한화손해보험에 흡수합병되면서 경영능력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금융계열사 지분도 지극히 낮아 간접지배만 유효한 가운데 승계도 더욱 늦춰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김동원 CSO 겸 사장은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초청으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한화생명이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의 지분을 75% 인수한만큼, 업계에서는 김 사장이 트럼프 주니어와 미국시장 진출과 관련한 논의를 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2023년 2월 최고글로벌책임자를 맡은 뒤 주도적으로 한화생명의 해외사업을 이끌고 있다. 그는 다보스포럼 참석 등을 통해 해외 주요 금융권 관계자들과 만남을 갖고, 현지 은행과 투자회사 지분투자,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해외사업 활성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김 사장의 실적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한화생명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법인 순이익은 447억3500만원으로 전년대비 5.0% 감소했으며, 인도네시아법인은 지난해 64억4800만원의 순손실 기록했다. 인도네시아법인이 한화손보와 함께 지분을 인수한 리포손해보험의 지난해 순이익은 50억원으로 전년(149억원) 대비 3분의 1 수준을 나타냈다.
반면, 지난해 보험사들의 해외 점포 당기순손익은 1억5910만달러(한화 약 2170억원)를 기록했다. 2023년 1430만달러 손실에서 1억7340만달러 증가하며 흑자전환했다. 생보사에서는 보험영업 확대 등으로 전년비 3.5% 증가하며 6400만달러의 순이익을 냈으며, 손보사들은 전년에 발생한 대형사고 기저효과 등으로 흑자전환하며 951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한화생명의 해외사업은 김 사장이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마지막 수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사장은 2016년 4월 임원에 오른 뒤 주로 디지털과 신사업 부문에서 사업을 이어왔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실제 지난 2019년 당시 김 사장이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O)로 있을 당시 기획 단계부터 직접 주도한 캐롯손해보험은 지난 6년간 적자를 이어오다 한화손해보험에 다시 흡수합병되는 결말을 맞이했다.
당시 캐롯은 주행거리 기반 자동차보험 등 새로운 형태의 상품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했으나, 장기보험 부재와 디지털 손보사의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사실상 실패를 겪었다. 캐롯의 누적 6년간 당기순손실은 무려 3339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한화손보의 재매입으로 인한 손실도 776억원에 이른다. 캐롯손보 주식 2586만4084주를 주당 8000원인 약 2056억원에 추가로 취득했는데, 캐롯 설립 당시 주당 5000원임을 감안하면 776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갔다. 누적 적자를 포함해 김 사장으로 인한 손실은 단순 계산해 4000억원이 넘는다.
이 같은 경영 능력은 향후 김동원 사장의 금융 계열사 승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화 금융 계열사는 현재 시가총액 합이 3조4255억원 규모로 큰데다, 향후 한화 금융 계열사가 금융지주사로의 전환도 고려하고 있다. 계열사 규모가 큰만큼, 경영능력과 리더십에 대한 검증이 중요하다.
김 사장이 직접 보유한 한화생명의 지분은 0.03%에 불과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등 형제들의 도움이 있어야 성립되는 간접지배만 유효한 상태다. 김 사장이 빠른 시일 내에 경영능력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승계가 더욱 늦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김 사장이 주도한 캐롯 사업이 사실상 실패하면서 해외사업 실적은 사실상 마지막 경영능력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해외실적마저 부진하다면 경영능력 입증도 늦춰지고 승계도 그만큼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화생명은 해외사업이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생보시장이 역성장하는 상황에서 투자수익 제고로 손익이 소폭 개선됐으며, 올해 설계사 채널 강화 및 방카슈랑스 제휴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법인의 경우 당기순손실이 났으나 단체건강보험 신계약 증가로 전년 대비 소폭 개선되고 있으며, 올해 방카슈랑스 채널 제휴 확대 및 신상품 출시로 보험손익 개선 계획"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