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자산 MG손보에 '잔류·청산' 절차 돌입…보험계약 가교보험사로 '이전'
신규계약 중단돼 구조조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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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G손해보험에 대한 처리 방안으로 금융당국이 가교보험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청산과 감액이전보다 사회적 비용이 적게 들어 가장 유력한 대안이라는 평가다. /더팩트 DB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연이은 매각 실패로 청산 우려가 제기되던 MG손해보험에 대한 처리 방안으로 금융당국이 가교보험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부실자산을 MG손보에 잔류시키고 청산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보험계약자들의 보험계약은 가교보험사로 모두 이관돼 기존처럼 보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신규계약이 중단되고 매각과 계약이전을 위한 일부만 고용 승계가 이루어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월례간담회에서 이달 중으로 MG손보 처리 방안을 발표할 것이며 가교보험사 설립도 처리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보험계약자 보호나 금융시장 안정 그리고 여러 가지 대안의 실현 가능성을 봐야 되기 때문에 이해관계자 간 조율이 되면 이번 달이라도 처리방안을 내놓겠다"며 "시기적으로 약간 융통성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5월 또는 6월 중으로 적절히 조절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가지 방안을 가지고 검토 중에 있고, 가교보험사 설립도 그중의 하나의 방안"이라며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이 정리되는 대로 발표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가교보험사는 부실 보험사를 정리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임시 회사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 때 예금보험공사가 가교저축은행을 설립하고 부실 저축은행의 자산, 부채를 이전받아 운영한 사례가 있다. 이번에 예보가 MG손보에 대한 가교보험사를 설립하면 국내 보험업권에서 첫 사례가 된다.
MG손보는 지난 2022년 금융위로부터 부실금융기관에 지정된 이후 예보에서 지속해 공개매각을 추진했으나 3차례 유찰됐다.
이후 지난해 8월 공개매각 대신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고, 지난해 12월 메리츠화재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MG손보 노조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실사조차 하지 못한 채 인수가 무산됐다.
금융당국은 손해보험사들에 MG손보 계약 이전을 제안했으나 손보사들이 손실을 떠안기 힘들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보험계약 이전 시 해당 계약에 대한 보험부채(책임준비금)도 함께 인수해야 하는데, 이는 부채가 증가하고 보험사의 지급여력(K-ICS)비율이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MG손보의 청산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보험 계약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MG손보의 총가입자는 124만명이며, 이중 예금보호법상 보호대상인 5000만원을 초과 계약자는 1만1470명, 계약금액은 1756억원(개인 737억원, 법인이 1019억원)이다. 청산되면 보호대상 외 초과분은 고스란히 돈을 날리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MG손보의 보험 계약을 살리면서도 계약이전 보험사에 재무적 부담을 덜어주는 감액이전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감액이전은 가입자의 계약을 다른 보험사가 인수하면서 계약자가 받는 보상을 일부 축소하는 형태를 말한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 보장이 축소돼, 여전히 소비자 피해가 나타난다.
가교보험사가 설립되면 MG손보를 인수할 제3자가 나타나거나 다른 손보사로 계약이전이 나타날 때까지 예보가 직접 MG손보의 자산과 부채를 떠안고 계약 업무를 수행한다. 대부분의 보험계약은 가교보험사로 이관되기에, 소비자 피해 없이 보장이 가능해진다.
또 회수가 어려운 대출채권이나 평가손실이 난 유가증권 등 부실 자산은 기존 MG손보로 분리해 남겨 예보가 별도로 정리하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계약에서는 보험계약자의 보호가 최우선이기에 결국 청산보다는 가교보험사 설립이 시장에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감액이전의 경우 보험계약자의 보장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기에 사실상 가교보험사가 가장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가교보험사에선 신규계약이 중단되고 고용 승계도 매각과 계약이전을 위한 일부만 이루어지게 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교보험사는 임시 보험사기에 보험계약의 수익성이 더이상 나빠지면 안된다"면서 "인건비를 최대한 축소해야하는데다, 신규영업을 위한 인력도 필요 없기에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