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3회 연속 '동결'
저성장 위기에 한은 '빅컷' 단행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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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4월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친 후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미국이 기준금리 3연속 동결을 택한 가운데 오는 2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드라이브로 인해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동결을 결정한 만큼 한은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시장에선 한은이 이번에 금리를 내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저성장 위기에 한은이 '빅컷(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 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4.25∼4.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날까지 세 차례의 FOMC 회의를 개최한 연준은 세 번 모두 기준금리를 동결을 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드라이브로 인해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한 뒤 경제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판단이다.
연준은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증가했다"며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위험이 커졌다"며 기준금리 동결 이유를 설명했다.
파월 연준 의장은 "우리는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좀 더 명확해지길 기다리는 동안 우리의 정책금리가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느끼지 않고 인내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통화 정책 결정은 정치적 고려 없이 원칙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향해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의사결정이 매번 늦어진다는 뜻)', '루저(loser)'라고 비판하며 선제적 금리 인하를 압박해 왔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더 늦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모건스탠리(MS)는 "앞으로 대규모 금리 인하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연준이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이달 말 예정된 한은의 금리 결정에 관심이 모인다.
시장에선 연준과 달리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요인으로 꼽혔던 환율 변동성이 다소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에 진입하며 안정세를 찾고 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2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99.5원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는 1.4원 내린 1396.6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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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1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워싱턴 연준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AP.뉴시스 |
일각에선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빅컷'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꾸준히 하락해 0%대 성장률이 현실화해서다. 이에 한은이 하반기 인하까지 포함해 '연내 3회 이상'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국내 증권가는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현대차증권(0.9%), 메리츠증권(0.8%),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0.7%) 등은 한국은행의 1분기 경제성장률 발표 이후 0%대로 전망치를 낮췄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 0.1% 역성장하며 시장의 예상보다 부진한 영향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는 관세에 따른 수출정체와 내수부진을 고려해 한은이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연 1.75%까지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빅컷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 총재는 지난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 출장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5월 연휴기간 데이터를 확인하고 빅컷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건형·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달리 한국은 성장 둔화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반면 물가 재상승 리스크는 낮아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운영할 기대감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혼란해 내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통해 내수 부양 및 대출금리 인하로 투자 증대를 위해 빅컷을 단행 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가계부채 증가세와 한미 금리차 확대는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43조848억원으로 전월 대비 4조5337억원 급증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전 부동산 막차 매수가 늘어난 탓이다.
또 한미 금리차가 커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 원화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 상승과 함께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진다. 이번 연준의 금리 동결로 한국(2.75%)과 미국(4.25~4.50%) 간 금리 격차는 1.75%포인트(상단 기준)가 유지됐다. 5월 기준금리 하락 시 최소 2.00%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
한은이 공개한 4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는 금리 동결을 주장한 한 금통위원은 금리 인하 효과에 의문을 표했다. 그는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현재와 같이 불확실성이 높아 경제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는 경제주체의 소비·투자·고용확대로 이어지기보다는 금융·부동산 부문으로 자금 쏠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은은 미국 연준의 통화 정책을 살피며 신중하게 대응할 것으로 점쳐진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8일 오전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간밤 FOMC 결과가 시장 예상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국제금융시장이 대체로 안정세를 보였다"며 "향후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언제든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경계감을 가지고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