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4~6월 증산 결정 이어 7월 하루 41만배럴 추가 증산 논의
1분기 실적 부진 정유사, 2분기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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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을 연이어 늘리면서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석유회사 헤스코퍼레이션의 노스다코타주 유전에서 원유를 끌어올리는 펌프잭이 움직이고 있다. /헤스코퍼레이슨 |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을 연이어 늘리면서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수요 둔화와 정제마진 악화 등 복합적인 악재로 1분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는데 2분기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OPEC과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가 7월 하루 41만1000배럴 추가 증산 여부를 다음달 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지면서 정유사들은 증산에 따른 부정적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OPEC+는 원유 가격 하락과 수요 약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4월부터 6월까지 하루 약 100만배럴을 증산하기로 했다. 추가 증산이 현실화하면 경기 침체로 원유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유가 하방 압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 1월 80달러 수준이던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OPEC+의 증산 기조 영향으로 배럴당 6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8일(현지시간) 기준 59.91달러를 기록했다.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례적 증산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관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에너지 비용 인하를 외쳐왔고 통상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최소화하기 위해 증산을 요구해왔다. 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할당량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이라크와 카자흐스탄을 견제하겠다는 의지가 깔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면 정유사들은 재고평가 이익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다.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원유 가격이 비쌀 때 사들인 원료인 만큼 가동하면 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다.
경기가 좋았다면 유가가 떨어지는 만큼 정유사들의 원유 도입 비용과 설비 운전 비용도 낮아지고 석유 수요도 늘어 호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관세전쟁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지금 상황에서는 악재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가 지난해 4분기 대비 연율환산으로 -0.3%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미국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 사태가 진행형이던 2022년 1분기(-1.0%)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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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3일(한국 시간)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부과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AP.뉴시스 |
이같은 상황이 반영돼 정유사들은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HD현대오일뱅크는 1분기 영업이익이 3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8% 감소했다. 에쓰오일은 1분기 매출액 8조9905억원, 영업손실 215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매출액 21조1466억원, 영업손실 446억원을 기록했다. GS칼텍스는 매출액 11조1138억원, 영업이익 1161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보다 6%, 72% 감소했다.
문제는 2분기에도 실적 개선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2~3분기는 여행철 휘발유 수요가 느는 성수기다. 주요 수요처인 항공업계의 수요도 증가한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발간한 석유시장보고서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 및 중국의 보복 조치로 올해 석유 수요는 최근 5년 내 가장 느리게 증가하고 있다"며 "공급 초과 추세는 올해 71만b/d(하루당 배럴)에서 내년 97만 b/d로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는 트럼프 관세 우려 및 OPEC+증산 가속화로 유가 하락이 재고 관련 손익에 반영되며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증산으로 유가 변동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국내 정유사는 경제성 있는 원유 도입선 확보와 효율적인 공정 운영으로 수익성 방어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향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zzang@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