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과 거리 가까워 전송 속도 빠르고
지연시간 짧아 실시간 통신 원활 장점
최소 수백개 위성 필요해 비용 등 난제
주요국, 앞다퉈 독자 위성망 구축 모색
韓 등록 위성망 64개 불과해 1.4% 수준
그간 관측위성에 주력 탓 경쟁력 저조
정부, 2030년 ‘6G 표준’ 2기 발사 목표
3200억원 들여 지상국 등 시범망 구축
국내 기업 시장 공급망 기반 확보 나서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7135기 vs 한국 2030년 2기 ‘예정’.
저궤도(LEO) 위성통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이 보유한 인공위성 수는 미국과 비교가 무색할 만큼 적다.
미국 스페이스X가 이미 지구 저궤도에 통신용 위성 7135기를 쏘아올린 데 반해 한국은 이제야 걸음마를 뗐다.
양국 발사체 기술 격차가 워낙 큰 데다 한국은 그간 관측위성에 집중해 통신위성은 사각지대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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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궤도 위성통신은 기존 통신 음영지역 등 지구 전역에서 서비스가 가능해 6G(6세대 이동통신) 시대에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이달 초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스타링크 위성을 싣고 발사되는 모습. UPI연합뉴스 |
독자 기술 개발은 필수다.
향후 확대될 위성통신 시장에 진입하고, 지상망을 쓸 수 없는 안보·재난 상황에서 기간 통신망을 해외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다.
특히 2030년쯤 상용화될 6G(6세대 이동통신) 시대에는 지상망과 위성의 결합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30년까지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유준규 위성통신인프라연구실장의 설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등의 자료를 종합해 한국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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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저궤도 위성통신은 정지궤도가 아닌 고도 300∼1500㎞를 88∼127분 주기로 공전하는 위성을 이용한 통신 방식이다.
정지궤도 위성의 고도가 3만6000㎞인 반면 저궤도는 지상과 거리가 가까워 데이터 전송속도가 빠르고 지연시간이 짧다.
저궤도는 지연시간이 20∼40㎳여서 정지궤도 위성(600㎳ 이상)보다 실시간 통신이 원활하다.
인터넷 속도도 LTE급 이상이다.
대신 저궤도 위성은 데이터가 도달하는 반경이 좁다.
전 세계에서 통신이 가능하려면 최소 200개 이상을 띄워야 한다.
이 경우 막대한 발사 비용이 문제다.
위성 제작비 역시 낮춰야 경제성이 확보된다.
저궤도 위성 수백∼수천개를 운영할 때 장점은 정지궤도 위성의 대역폭 문제와 지리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지궤도 위성은 적도 상공의 고정된 지점에 있기에 극지방 통신에 제한이 있고 이용자가 몰리면 인터넷이 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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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망이 촘촘한 한국에서는 체감이 어렵지만, 2023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약 33%는 여전히 인터넷을 쓰지 못하고 있다.
통신 사업자 입장에서는 위성통신 시장을 장악하면 국가 단위이던 시장이 전 세계로 넓어진다.
2030년쯤 상용화될 6G도 저궤도 위성통신의 몸값을 높이고 있다.
ITU는 6G 비전으로 초저지연, 초고속, 초연결성 달성을 제시했다.
이를 구현하려면 지상·비지상망(위성)을 통합해야 한다.
국제표준화기구인 3GPP는 6G에 대비해 지상·위성 통합을 위한 표준화 작업에 착수했다.
게다가 재난·전시 상황에서는 저궤도 위성통신이 생명줄이다.
지상망이 파괴됐거나 적국에서 작전을 수행할 때는 위성통신에 기대야 한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이 좋은 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3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스타링크 시스템은 우크라이나 군대의 중추다.
내가 이걸 끄면 우크라이나 전선 전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적어 주변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특정 기업·국가가 글로벌 통신망을 독점하면 정보 통제나 통신망 차단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세계 주요국은 국가 안보, 재난 관리 등을 위해 독자 위성망을 구축하거나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우주 분야 벤처투자사인 스페이스 캐피털에 따르면 위성통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2026년 위성사업자의 총 데이터 전송량은 2020년 2Tbps(초당 테라비트) 대비 56배 증가한 111Tbps에 이르고, 상위 3개 기업이 총 전송량의 90% 이상을 독점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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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UPI연합뉴스 |
한국이 주요 선진국보다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 자립화가 늦어진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정부는 2023년 ‘위성통신 활성화 전략’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는 지상·이동통신 분야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위성통신 분야는 산업 기반 및 기술수준이 미흡하고 정부 투자도 부족하다”며 “국내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과 우주검증 이력도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2021년 미국의 위성통신 기술 수준을 100으로 놓았을 때 한국은 85.4에 불과했다.
2023년 미국(886개·19%), 중국(617개·13%), 일본(278개·6%) 등 주요국이 세계 위성망의 37% 이상을 차지한 반면 한국의 등록 위성망은 64개, 1.4%에 그쳤다.
저궤도 위성망을 구축할 때 큰 장벽은 발사 비용이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 발사체로 비용 문제를 극복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기존 발사체는 한 번 쏠 때 ㎏당 1만달러가량이 드는 반면 스페이스X의 팰컨9 재사용 발사체는 모델에 따라 1348∼3541달러만 소요된다.
한국은 2030년 개발 목표인 차세대 발사체를 재사용 방식으로 바꾸기로 올해 결정하고 관련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국이 그간 통신위성보다 관측위성에 주력한 것도 저궤도 위성통신에 한 발 늦은 요인이다.
한국은 1992년 첫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를 발사한 이래 다목적실용위성(정밀감시), 차세대중형위성(관측·지도제작), 천리안위성(기상예보·환경 감시), 차세대소형위성(과학 임무) 등을 우주로 보냈다.
ETRI 유 실장은 “한국이 통신위성을 직접 개발해서 발사한 건 천리안 1호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유 실장은 또 “정지궤도 위성은 비싼 우주급 부품을 넣지만 저궤도 위성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상용부품을 써야 하는데 이것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저궤도 위성은 정지궤도 위성보다 크기가 작지만 최소 수백개가 필요해 제작 단가가 낮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용 부품을 쓸 수밖에 없다.
우주 방사선, 극심한 온도차, 발사 당시 충격 등을 견딜 상용부품을 찾는 것이 ‘기술력’이다.
유 실장은 “미국·유럽에서 어떤 상용부품을 썼는지 알려주지 않기에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하려면 많은 실험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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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달말 저궤도 위성통신 시스템을 개발할 주관 기관을 선정하며 본격 사업에 나섰다.
위성에 실려 통신 기능을 수행할 통신탑재체와 지상국은 ETRI, 단말국은 쏠리드, 시스템 설계·조립을 수행할 체계종합과 본체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맡는다.
이 사업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추진된다.
2030년 초까지 6G 표준 기반의 저궤도 통신위성 2기를 발사하고 지상국·단말국을 포함한 저궤도 위성통신 시스템 시범망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총 사업비는 3200억원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저궤도 위성통신 핵심기술을 자립화하고 국내 기업의 시장 공급망 진출 기반을 만들려 한다.
정부는 국제적으로 6G 표준이 완성되면 표준기반의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이 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스페이스X, 원웹은 비표준 방식이다.
표준이 통일되면 세계가 단일 시장이 돼 사업 기회가 늘어난다.
국내 기업이 ‘제2의 스페이스X’가 되긴 힘들어도, 지금부터 핵심기술을 개발하면 위성·단말·지구국 등 완제품을 판매하고 주요 부품과 모듈을 글로벌 기업에 납품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우리 기업들은 직접 경쟁보다 보완적 역할 모색이 현실적”이라며 “저궤도 위성기술과 6G 표준 연계는 한국이 차세대 통신 패러다임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 기회”라고 내다봤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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