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10일 수출 23.8% 급감…4년7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 (종합)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5-12 10:11:41

5월 1∼10일 우리나라 수출이 23% 넘게 급감하며 무역수지가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였던 2020년 10월 이후 4년7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반도체 수출이 버팀목 역할을 했지만, 미국의 품목별 관세 강화와 주요 시장 수요 위축이 맞물리면서 승용차, 석유제품 수출이 크게 줄었다.

관세청은 12일, 이 기간 수출이 12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8% 감소했으며, 수입도 146억달러로 15.9% 줄었다고 밝혔다.
무역수지는 17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억 달러 적자)보다 적자 폭이 세 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조업일수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액은 25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 소폭 감소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수출 단가 하락은 제한적이었지만, 물량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평가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이 14.0% 증가해 전체 수출 부진을 일부 완화했으나, 승용차(-23.2%), 석유제품(-36.2%), 선박(-8.7%) 등 주요 품목 수출이 동반 감소했다.
특히 국제유가 하락과 전기차 시장 둔화가 석유제품과 자동차 수출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수출 비중은 26.6%로 전년 동기 대비 8.8%포인트 상승했다.

국가별로는 대만(14.2%) 수출이 증가했지만, 최대 시장인 중국(-20.1%)을 비롯해 미국(-30.4%), 베트남(-14.5%), 유럽연합(-38.1%) 등 주요 수출 시장에서 모두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자동차, 철강 제품에 대한 수요 감소와 미국 내 재고 조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미국, 베트남 3개국 수출 비중은 48.7%를 차지했다.

수입은 반도체 제조장비(10.6%), 승용차(22.1%) 등 일부 품목이 증가했지만, 원유(-6.1%), 반도체(-8.2%) 등 주요 품목 감소로 전체 규모가 축소됐다.
에너지 수입은 원유, 가스, 석탄을 합쳐 전년 동기 대비 13.7% 감소했다.
에너지 가격 안정세가 이어지면서 수입 금액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수출입 부진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주요 시장 수요 위축이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4월부터 미국이 적용한 품목별 관세 강화 조치가 간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수출 품목이 미국 시장에서 관세 부담을 안게 되면서 현지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고, 이에 따른 수출 물량 조정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반도체 수출이 증가세를 보였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여전히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이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수출 증가세의 지속성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국발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수출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관세청은 "조업일수 변동 등 단기적 요인에 따른 영향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글로벌 시장 동향과 주요국 통상정책 변화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