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중동 등 중요성 확대…경쟁 '격화'
 |
|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글로벌 사우스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 생산법인(HMMI) 아이오닉5 조립라인에서 작업자가 차량하부에 배터리를 비롯한 부품을 장착하는 모습. /현대자동차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글로벌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새 정부가 글로벌 사우스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 등 글로벌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기업이 인도 등의 지역에서 성과를 내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글로벌 완성차 3위 시장인 인도에서 4만4374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11.6% 감소한 수치다. 판매량 순위는 일본 스즈키와 현지 기업 마힌드라, 타타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지난 3월까지 스즈키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나, 한 달 만에 순위가 2단계 하락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월 현대차 인도법인(HMI)을 해외 자회사 중 처음으로 현지 증권시장(인도증권거래소·NSE)에 상장하는 등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던 인도는 코로나19 이후 성장세가 둔화한 상황이다.
인도 시장은 정부가 자동차 산업 육성을 주도하고 경소형차 위주 차급 구조에서 중형 이상 비중으로 점차 증가한 상황이었다. 현대차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주요 모델 판매가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수요가 둔화하고 글로벌 업체가 눈독을 들이는 등 경쟁이 치열해졌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글로벌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경제영토 확장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제계는 글로벌 사우스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사우스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중동 등 비서구권, 개발도상국 등을 지칭하는 말이다.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지난 11일 '미래 성장을 위한 국민과 기업의 제안' 제언집을 발표했다.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100대 정책과제 중에는 글로벌 사우스 전략 구체화가 담겨있다.
경제영토 확장 필요성은 커지는 상황이다. 미중 패권 경쟁 일환인 미국 관세 정책으로 중국 수출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했다. 예상치 1.9%를 뛰어넘는 수치다. 대미 수출은 줄었지만, 동남아·유럽에서 늘었다.
 |
| 포스코그룹과 JSW그룹 최고 경영진이 지난해 10월 MOU 체결 직후 인도 뭄바이에 소재한 JSW그룹 본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
인도네시아에서는 중국 업체의 저가 전기차 물량 공세가 심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차 판매량 8835대 중 1~3위를 BYD 제품이 차지했다.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이후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노리는 중국 업체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셈이다.
산업계는 '글로벌 사우스 전략'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모양새다. 현대차는 올해 4분기부터 미국 제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인도 탈레가온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해 연간 생산량 100만대 체제를 구축한다. 기존 첸나이 공장(연간 82만대)에 18만대를 더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인도 철강 1위 기업 JSW그룹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오디샤주에 일관제철소를 추진하기로 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우후죽순 인도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제철소가 가동되면 강판을 공급하며 수익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등 가전업계도 글로벌 사우스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8일(현지시간)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에 세 번째 가전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삼성전자는 인도 타밀나두주에 있는 가전공장에 약 17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기업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정부가 해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2005년 일관제철소를 설립하려다 주민 반대 등으로 부지 조성에 난항을 겪어 2017년 손을 뗐던 포스코가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포스코는 최근 JSW그룹과 손잡고 다시 인도 시장을 노리는 상황이다.
황용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트럼프 2.0 시대에 관세 정책 등에 따라 자연스럽게 공급망 분산 등 과제가 생겼다"며 "그동안 아쉬운 것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연속성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남방 정책 등이 있었는데 글로벌 사우스 전략으로서 과거 정책에서 좋은 점은 계승하고 미흡한 부분은 보완하면서 트럼프 2.0 시대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bell@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