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도입시 삼성페이도 수수료 책정…이중 수수료 부담
 |
|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상가에 애플페이 가맹점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카드사들의 애플페이 도입 추진이 확대되고 있지만 상반기 중으로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페이가 애플페이와 함께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사에 대해 수수료를 받겠다고 하면서 페이 서비스 업체와의 수수료율 협상이 길어지는 탓이다. 애플페이만을 위한 별도의 단말기 설치 등의 부담도 있어 올해 하반기에나 애플페이 확대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1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페이는 애플페이를 도입을 추진하는 카드사에 애플페이와 같은 수준의 수수료율을 책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카드업계에서는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가 애플페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페이는 지금까지 수수료 무료 정책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왔으나, 경쟁사 페이를 도입할 경우 사실상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기 때문에, 무료를 유지할 명분이 없어지게 된다.
금융감독원의 통계에 따르면 삼성페이 결제액은 지난 2023년 73조원으로,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에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수수료율 0.15%를 적용하면 연간 수수료는 1095억원에 육박한다. 만일, 다른 카드사들이 애플페이를 새로 도입한다면, 삼성페이 수수료에 더해 같은 요율의 애플페이 수수료도 감당해야 한다.
애플페이 결제를 위한 단말기 설치 비용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페이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으로 일반 카드 단말기와 호환되지 않는다.
최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이 현대카드로부터 제출받은 애플페이 단말기 보급 대수와 집행비용 자료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 2022년과 2023년 단말기 4만여개를 설치하고 가맹점과 총 86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절반씩 부담했다.
지난 2020년 기준 전국에 설치된 신용카드 단말기는 360만여개로, 단순 계산해 NFC 단말기를 300만개만 추가 설치하고 가맹점과 비용을 반으로 나누더라도 3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애플페이를 도입해도 카드사들이 기대하는만큼 가입자 유입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23년 3월 애플페이를 도입한 현대카드는 신규 발급 카드량이 일시적으로 급증하는 등 효과를 봤지만,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6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하는 등 수익성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카드사 가맹수수료율 인하 문제로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는데 애플페이가 제시하는 0.15% 수준의 수수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여기에 단말기까지 추가로 설치해야하는 부담까지 더하면 배보다 배꼽이 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카드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애플페이 도입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애플페이 이용자는 아이폰 사용자이며, 이들은 대부분 젊은층이기에 미래 장기 고객을 선점할 수 있다.
여기에 애플페이가 글로벌 시장에서 표준으로 자리잡는만큼,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애플페이 도입의 필요성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 이용자 대부분이 젊은세대이기에 장기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도입이 필요할 것"이라며 "당장 수수료율 문제로 지지부진한 느낌이 있지만 결국 카드업계의 애플페이 확산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