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9000원”…신화 ‘와르르’ 무너졌다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5-14 05:00:00

금양, 한때 ‘이차전지 열풍’ 대표 수혜주…지금은 대표적인 투심 붕괴 사례로 회자
주가 90% 이상 하락, 사업 모델보다 신뢰·지속가능성 평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
전문가들 “개선 기간, 금양에게 사실상 마지막 기회…불확실성 해소가 핵심 과제”
“안정적인 재무구조, 신뢰 기반의 경영이 얼마나 중요한지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

감사보고서에서 ‘의견 거절’을 받으며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2차전지 소재 기업 금양이 한국거래소로부터 1년간 개선 기간을 부여받았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금양이 제출한 상장폐지 이의신청을 검토한 결과, 개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내년 4월 14일까지 개선 기간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금양의 주식 매매 정지는 개선 기간 종료 후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된다.

금양은 앞서 지난달 10일 상장폐지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했으며, 거래소는 상장공시위원회를 열어 해당 신청의 타당성과 개선 가능성을 심사해왔다.

금양이 상장폐지 사유에 직면한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 3월 공시한 2023년도 감사보고서에서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은 것이다.

감사인인 한울회계법인은 보고서에서 “회사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가능성에 중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자금 조달과 투자 유치 계획의 이행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장 완공 이후 자산을 담보로 한 추가 자금 조달 계획에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들어 회계 감사를 거절했다.

‘의견 거절’은 회계감사에서 가장 부정적인 판단으로, 이를 받은 기업은 곧바로 주식 매매가 정지되며 상장폐지 절차에 돌입한다.

금양은 지난해 1329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초 45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으나 주주 반발과 금융감독원의 제동으로 계획을 철회하면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금양의 주가는 이차전지 투자 열풍 당시인 지난해 3월 12만원대를 웃돌았으나, 최근에는 1만원 이하로 급락했다.
지난 3월 21일 기준 주가는 9900원으로, 52주 최고가인 12만3000원(2024년 3월 25일 장중) 대비 91.95% 하락한 수준이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시장 전문가들은 금양 사태를 단순한 업황 부진 이상의 문제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금양은 한때 이차전지 열풍의 대표 수혜주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대표적인 투심 붕괴 사례로 회자된다”며 “주가가 90% 이상 하락한 것은 사업 모델보다 신뢰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평가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개선 기간은 금양에게 사실상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며 “자금 조달 계획의 실현 가능성과 투명한 경영, 감사인이 지적한 ‘계속기업으로서의 불확실성’ 해소가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벤처나 성장 산업군에 투자할 때, 화려한 비전보다는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신뢰 기반의 경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