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걸린 압구정...삼성 vs 현대 벌써부터 기싸움더팩트 기사제공: 2025-05-14 13:36:01

압구정2구역 재건축 사업을 두고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이 경쟁을 시작했다. /뉴시스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재건축을 두고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가장 속도가 빠른 2구역의 시공사 입찰 일정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업계 1·2위를 다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벌써부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압구정2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을 앞두고 일찌감치 수주전에 돌입했다. 압구정2구역 재건축은 1982년 준공한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9·11·12차(1924가구)를 지하 5층~지상 65층, 총 2571가구로 새로 짓는 사업이다. 총공사비 2조4000억원에 달하며, 압구정 6개 구역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조합은 오는 6월 중 시공사 입찰 공고가 예정돼 있으며, 9월 조합 총회서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 맞은편에 프라이빗 라운지 '압구정 S.라운지'를 개관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삼성물산

삼성물산은 지난 6일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 맞은편에 프라이빗 라운지 '압구정 S.Lounge(S.라운지)'를 개관하고 브랜드 홍보에 나섰다. 압구정 조합원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이 라운지는 향후 그릴 주택 단지 모형도와 설계개요 등 정보를 제공하고 조합원과의 소통을 넓히기 위해 만들었다.

이 라운지에서 삼성물산은 아랍에미리트(UAE) 부르즈 할리파(828m), 말레이시아 메르데카 118 빌딩(679m) 등 세계 1·2위 초고층 빌딩을 시공한 경험을 소개한다. 넥스트홈, 층간소음 저감 등 기술력을 직관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삼성물산은 향후 정비사업에 이러한 기술을 접목하겠다는 방침이다.

압구정 S.라운지 개관 소식을 알리며 삼성물산 김명석 주택사업본부장(부사장)은 "브랜드와 사업 지역에 걸맞은 독보적 가치와 품격을 보여드릴 예정"이라며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사업에 진심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삼성물산은 강남구 개포주공 6·7단지, 송파구 잠실 우성 1·2·3차 등 알짜 재건축 사업들을 포기했는데, 업계에서는 압구정2구역에 집중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불어 삼성물산은 오래전부터 압구정 TF팀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도 이 팀의 인원을 충원하며 조직을 키워가는 중이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 상표권을 출원하며 자신들이 단지의 헤리티지를 이어갈 '정통 계승자'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더팩트 DB

현대건설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현대건설은 브랜드 홍보관 '디에이치 라운지'와 조합원 전용 주택전시관 '디에이치 갤러리'를 압구정동과 가까운 신사동에 운영하고 있다. 특히 기존 양재동에 있던 디에이치 갤러리를 신사동으로 옮긴 데에는 압구정 재건축 영향이 크다. 또한 수년째 압구정 일대에서 사회공헌활동을 펼쳐오며 조합원들과 교감해 왔다.

무엇보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시공했던 이력을 내세워 '정통 계승자'라는 상징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압구정 현대' '압구정 現代' '압구정 현대아파트' '압구정 現代아파트' 등을 상표로 출원하고 우선심사를 진행해 왔다. 준공 수십 년이 지난 단지의 명칭을 상표로 등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압구정 현대'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대형 법무법인과도 손잡았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명칭이 무단으로 사용되거나 혼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고유의 자산 가치 전승에 매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상표권 등록 이후 명칭에 대한 권리를 조합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2023년 말에는 압구정 수주를 위한 TF팀을 꾸린데 이어 최근 이 팀을 압구정재건축영업팀으로 이름을 바꿔 정규 조직화했다. 이 팀은 최근 인력을 대거 충원해 30명에 가까운 인원으로 구성돼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비사업지에서 경쟁 입찰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사업성이 높은 압구정은 벌써부터 치열한 대결이 예고된 상황"이라며 "압구정2구역은 용산구 한남4구역에 이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자존심을 건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mnm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