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리청강 중국 상무부 부부장이 15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2025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만났다.
사흘 전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뤄진 양국 고위급 회담 이후 두 번째 대면이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이날 "오늘(15일) 오후 미중 양측이 고위급 회담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만 양측이 비공개를 원하고 있어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다"고 전했다.
앞서 미중 양국은 제네바 회담에서 상호 부과하고 있는 고율 관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대중(對中) 관세를 115%포인트 낮춰 30% 수준으로, 중국은 대미(對美) 관세를 10% 수준으로 각각 조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90일 동안 적용되는 임시 조치지만, 글로벌 무역 시장에는 미중 갈등 완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가운데 열린 이번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양측이 다시 만남을 가진 것은 추가 협상이나 후속 조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제네바 합의 이후 양국 이행 상황과 향후 관세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APEC 회의장 주변에서는 이번 만남이 '미중 무역 갈등의 구조적 해소로 가는 예열 단계'라는 분석도 나왔다.
우리 통상당국 한 관계자는 "제네바 합의만으로는 갈등을 근본적으로 풀기 어렵다"면서도 "이후 실무협상과 정상회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미중 양국은 최근 상호 대화를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핵심 기술 규제, 공급망 재편, 디지털 무역 규범 등 첨예한 이슈에서는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제주 회담이 갈등을 해소하는 '결정적 전환점'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동시에 제기된다.
향후 미중 간 협상이 본격화될 경우, 한중 FTA 협상 역시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양국이 관세 인하를 넘어 무역 규범이나 투자 규제 완화까지 논의에 나설 경우, 한국을 비롯한 APEC 회원국들도 이에 대응한 전략 수립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한편, 이번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는 한국과 중국 간 통상 협력 논의도 병행됐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오전 리 부부장과 별도 면담을 갖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협상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양측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망 안정화 방안을 공동 모색하기로 했다.
제주=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