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 인사 첫 공식 회담…관세 협상 '지렛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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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16일 만나 한·미 간 조선산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HD현대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HD현대와 한화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만나 한미 조선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국내 조선업계 인사가 USTR 대표와 공식 회담을 가진 것은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관세 협상에 한국 조선업계가 본격적인 지렛대 역할을 할지 관심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은 이날 오전 제주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만났다. 그리어 대표는 15~1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하고자 방한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리어 대표에게 HD현대중공업과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 간 협력 사례를 소개하며 △공동 기술개발 △선박 건조 협력 △기술 인력 양성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HD현대는 지난달 7일(현지시간)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헌팅턴 잉걸스는 미국 중남부 미시시피주에 미국 최대 수상함 건조 조선소 잉걸스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미국 내 중국산 항만 크레인의 독점 공급 문제와 관련해 HD현대 계열사 HD현대삼호 크레인 제조 역량을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골리안 크레인을 설계·제작·운송·설치 시운전까지 일괄 수행하는 업체는 국내에서 HD현대삼호가 유일하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리어 대표에게 공급망 확대를 위한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그는 "HD현대는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 의지와 노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라며 "모든 준비가 된 만큼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기꺼이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어 대표는 이날 오후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를 만났다. 김 대표는 미국 내 조선 생산 기반 확대와 기술 이전 방향을 중심으로 공급망 안정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을 설명했다. 조선산업 공급망 재편과 관련해 기업 차원 대응 방향과 협력 의지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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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는 16일 오후 제주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회동했다. /한화오션 |
한화오션은 현재 거제 사업장 스마트 생산시스템을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에 적용할 계획이며, 현지에서도 높은 수준 선박 건조 기술과 생산성을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 생산 역량 확보를 고려해 현지 추가 거점 설립도 검토 중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8월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호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수주했다. 한화오션은 정비 과정에서 새로운 소요를 발견해 추가 매출을 보장받는 수정 계약을 맺기도 했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를 바탕으로 미국 조선 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글로벌 해양 방산 산업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는 미국 앨라배마 모빌과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등에 시설을 보유한 호주 오스탈 지분 9.9%를 직접 매수하는 등 19.9% 지분 투자 중이다.
김희철 대표이사는 "한화오션은 기술 이전과 생산 기반 구축을 넘어 미국 조선산업의 재도약을 함께 실현해 나가는 전략적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라며 "검증된 기술과 스마트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미국 현지에서도 실질적인 협력 성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HD현대와 한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성공 이후 한국 조선업 협력을 언급하면서 연이어 미국 정부 인사와 접촉하고 있다. 존 필린 미국 해군성 장관은 지난달 30일 HD현대중공업 울산 사업장과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을 방문했다.
필린 장관은 HD현대중공업 울산 사업장에서 정 수석부회장을 만난 뒤 "우수한 역량을 갖춘 조선소와 협력한다면 적시 유지·보수 활동이 가능해 미 해군 최고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에서 김동관 한화 부회장을 만난 뒤에는 "미국 해군과 한국 해양 산업과의 관계는 선박 정비를 넘어 양국 의지를 굳건히 받쳐주는 초석"이라며 "양국 간 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ell@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