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냉난방공조 사업 힘 주는데…삼성전자 참전에 '긴장'더팩트 기사제공: 2025-05-20 00:06:03

삼성전자가 독일 냉난방공조업체 플랙트그룹 인수를 결정하면서 신사업으로 냉난방공조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귀뚜라미가 대기업과의 정면 경쟁에 직면했다. /우지수 기자

[더팩트｜우지수 기자] 귀뚜라미의 냉난방공조 사업 청사진에 변수가 생겼다. 삼성전자가 유럽 공조기업 '플랙트그룹(플랙트)'을 인수하며 산업용 냉방 시장 경쟁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귀뚜라미를 비롯한 국내 냉난방공조 업체들이 삼성전자의 참전에 긴장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14일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이 보유한 플랙트그룹 지분 100%를 15억유로(2조3787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플랙트는 65개국 대형 건물·데이터센터 전용 냉방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가정용 에어컨과 매장·사무실용 냉방기기를 중심으로 관련 사업을 운영해 왔다. 지난해 미국 냉난방기업 '레녹스'와 북미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시장 확장에 나섰다. 이번 플랙트 인수로 삼성전자는 대형 건물이나 데이터센터처럼 고도화된 냉방 설비가 필요한 분야까지 사업 범위를 넓힐 수 있게 됐다.

귀뚜라미에게는 삼성의 사업 확장이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귀뚜라미는 보일러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귀뚜라미범양냉방, 센추리, 신성엔지니어링 등 냉난방공조 사업을 키워 왔기 때문이다. 귀뚜라미범양냉방은 지난 1963년 설립해 60년 이상 영업한 회사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가 이번에 뛰어든 데이터센터 냉각시장에 자체 기술을 선보이면서 사업 저변을 넓히고 있다.

실적 측면에서도 냉난방공조가 귀뚜라미그룹을 떠받치고 있다. 귀뚜라미는 지난해 주력 사업인 보일러 부문에서 45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냈지만 냉난방공조 계열사 3곳에서 영업이익 433억원을 내며 그룹 실적을 방어했다. 귀뚜라미는 신사업 성장을 기반으로 오는 2030년 매출액 3조원, 해외 매출액 비중 50%를 목표로 정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유럽 최대 냉난방공조 업체 독일 플랙트그룹을 약 2조3787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귀뚜라미 입장에선 삼성전자와 브랜드 인지도, 신뢰도 격차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은 안정성과 에너지 효율, 신뢰도를 중시하는 만큼, 글로벌 공급 경험이 풍부한 삼성-플랙트 조합이 우선순위로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온다. 플랙트그룹의 지난 2022년 기준 연간 매출액 규모는 6억5000만유로(약 1조160억원)로 같은 해 귀뚜라미 냉난방공조 계열사 매출액보다 62%가량 크다.

국내 시장에서도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냉난방공조 시장에 힘을 주면 경쟁이 격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틈새시장 공략이나 맞춤형 설계로 대응이 가능했지만, 대형 경쟁사가 늘어난 상황에서는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서 중견업체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시장 자체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은 귀뚜라미의 기회이기도 하다. AI와 고성능 서버 확산으로 데이터센터가 늘고 있고, 이를 식힐 장비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어서다. 업계는 국내 냉난방공조 시장이 올해 약 14조8000억원에서 2030년 2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측한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오는 2034년 5454억달러(약 773조1045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냉난방공조업계 한 관계자는 "냉방·공조는 단순히 기기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 환경에 맞는 기술 적용이 핵심인데, 삼성처럼 인지도·기술력·유통망을 갖춘 대기업이 들어오면 기존 업체들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귀뚜라미처럼 자체 기술을 개발해온 업체들도 대응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장하고 있는 시장에서 특화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것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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